[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편집자] 올해 주택시장은 매수심리 확산과 공급부족이 맞물려며 15년 만에 최대폭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규제보다는 공급확대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10월 이후에는 금융당국의 금리인상과 대출규제로 매수심리가 꺾이기도 했다. 지역별로 마이너스 상승률로 돌아선 지역도 나왔다. 단기 조정이냐 추세 하락이냐 변곡점을 맞은 주택시장을 다시 한번 되돌아봤다.
정부가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1가구 1주택자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 강화로 인해 매매 대신 자녀 등 직계 가족에 증여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 8000건을 넘어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세금 인상 대책과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다세대·연립, 단독·다가구 증여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12.22 ymh7536@newspim.com |
◆ 올해 증여건수 15년 만에 최고치 기록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총 건수는 6만 8716건으로 주택거래의 9.6% 차지했다. 이는 2006년 주택 실거래 통계 집계이후 최대치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경기도 지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2만 315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2만 641건이 증여된 것과 비교하면 증여 속도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은 소폭 감소했지만 역시 1만을 넘어섰다. 10월 서울 지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1만 130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9108건) 보다 40.82% 감소했지만, 5대 광역시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대구(4312건→5305건) ▲인천(5172건→5252건) ▲부산(4537건→4463건) ▲광주(2208건→1571건) 대전(1785건→1350건) ▲울산(842건→1457건) ▲세종(892건→706건) 순으로 집계됐다.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이 밀집된 서울 강남3구와 마포‧용산구 지역의 증여 건수가 증가했다. 10월 강남3구의 아파트 증여 건수 473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726건) 보다 20.90% 감소했지만.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5월 강남3구(강남·송파·서초구) 아파트 증여 건수는 369건으로 서울 아파트 전체 증여의 29%를 차지했다. 강남3구 아파트 증여가 서울 전체 증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 증여자 중 48%가 40대 미만
증여를 받는 이들의 연령은 젊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내 아파트‧상가 등을 증여받은 연령층 중 48%가 40대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50대 이하가 다수를 이뤄졌지만, 올해 들어 증여를 받는 이들의 연령이 낮아진 것이다.
아파트를 물려주는 증여인 연령대도 낮아졌다. 지난해 70대가 가장 많았지만 올해 접어들어 60대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정부의 세금 강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다주택자를 겨냥한 보유세 및 거래세 등 세금 강화와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에 기대감이 겹치면서 증여가 급증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6월 1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주택을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뒤 거래하면 양도세가 기존 40%에서 70%로 2년 미만의 경우 60%로 올렸다.
여기에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p), 3주택자는 경우 30%p가 더해지면서 양도세 최고세율은 75%까지 인상됐다. 이 같은 양도세 세율에서 지방소득세가 10% 추가로 부과되면서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최고 82.5%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세율 상향에도 다주택자들은 좀처럼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서울 지역의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4828만원으로 전달(11억4065만원)보다 800만원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2억 9290만원으로 서울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는 서초구로 20억 8452만원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0억원 이상인 곳은 두 지역뿐이다. 이어 용산구 17억6229만원, 송파구 16억 8451만원, 성동구 13억 6737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3.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인천이 23.9%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기 22.1% ▲제주 17.9% ▲대전 14.4% ▲부산 14.0% 순으로 상승하며 전국 평균 이상을 기록했다. 서울은 7.8% 상승에 그치면서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았다.
[성남=뉴스핌] 이형석 기자 = 경기도 성남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1.12.13 leehs@newspim.com |
◆ "내년 매맷값 상승‧세율인하 기대감에 증여 증가"
매맷값 상승으로 인해 상당수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강남3구와 마용성 등 인기 지역의 매물 잠김 현상이 두드려지고 있다. 이날 기준(22일) 강남3구의 아파트 매물은 1만 5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 1249) 보다 7.13%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 변화와 재건축 개발 등으로 인한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매물을 내놓는 대신 자녀에게 증여를 택한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병탕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올해 이어 내년에도 집값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과 양도세율 강화로 증여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며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각 당의 후보자들이 정비사업 등에 대한 공략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매물을 내놓기 보다는 보유하는 쪽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증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여가 늘어난 것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나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수급불균형이 장기화되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라며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고 있지만 시세차익의 상당부분을 양도세로 지출해야 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자들이 양도세와 보유세 인하 등에 대한 부동산세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내비치면서 증여로 선회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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