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올 하반기 중견 A운용사에서 운용수익률 높기로 유명한 30대 에이스급 펀드매니저가 돌연 사표를 쓰고 회사를 관뒀다. 타사 행은 아니었다. 고객 자금 운용이 아닌 자기 투자를 하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내던진 것이다. 현재 3-4명 친구들과 팀을 짜 자기자산으로 주식을 운용하고 있다.
연말이면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의 이동이 잣다. 인사발표 후 기업 간 스카웃 제의 등이 많아져서다. 그런데 최근 1~2년 전부턴 분위기가 달라졌다. 펀드매니저가 대형 운용사만을 고집하지 않고 자기투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좋아지면서 굳이 운용 보수에 의존하는 펀드매니저 보단 직접 자기 자산을 굴리려는 '실속형' 펀드매니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스핌 DB] |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월 초 기준 펀드매니저는 총 744명으로 올 초 대비 12명 줄었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2019년말 600명대였던 펀드매니저가 지난해 9월 759명까지 늘어나기도 했지만 올해 다시 줄기 시작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주식시장 전망을 우상향할 것으로 보고 업계를 떠나는 펀드매니저가 적지 않다"며 "세계 경기 상황과 국내 기업, 경기 상황 등을 살펴볼때 주식시장이 단발성 호황이 아닌 우상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나, 둘 떠나 자기투자에 '올인'하는 펀드매니저들이 늘고 있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특성상 운용사마다 펀드매니저들에게 주어지는 운용보수는 '천차만별'이다. 특히 운용사의 최저보수 경쟁에 운용 보수가 전격 줄면서 고수익을 쫒아 이탈하는 펀드매니저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사 이직이 아닌 자기투자를 택해 업계를 떠나고 있다는 얘기다. 오피스텔을 하나 임대해 소규모 3-4명 팀을 짜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거나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해 수익을 낸 뒤 서로 나눠 갖는 방식이다. 이런 현상은 젊은 펀드매니저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모든 운용사들이 비슷한 상황은 아니지만 일부 운용사들이 적정 성과보수를 못챙겨 주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상황에선 펀드매니저 이탈을 막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펀드매니저들이 업계를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상품 운용시 포트폴리오 구성 등의 회사규제로 자유로운 투자가 어려워 한계에 부딪치는 경우도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운용사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들고 있어야 하는데 회사 내부적으로 규제가 있다"며 "펀드매니저들이 많은 수익을 내기에는 제한이 있어 이를 답답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운용사들은 인력이탈을 막기 위해 성공 보수 등을 올리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보완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