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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공수처 '사찰' 논란…법조계 "통신조회, 대상자 범위 한정해야"

기사등록 : 2021-12-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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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정치인 이어 민간인까지…통신조회 논란 일파만파
"위헌적 사찰" 비판…"법원의 신중한 판단 필요" 지적도

[서울=뉴스핌] 장현석 이성화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 야당 정치인에 이어 민간인들까지 광범위하게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는 논란 2주 만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위법 소지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법조계는 수사기관의 통신영장(통신 사실 확인자료 제공) 집행이 민간인 사찰로 번지지 않기 위해선 범죄 혐의 관련성 등 소명을 통해 필요최소한으로 발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까지 언론사 기자 100여명,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및 보좌관 36명, 일반인 10여명 등을 대상으로 총 200건 이상의 통신 조회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1.17 leehs@newspim.com

앞서 공수처는 지난 9일 '조국 흑서' 공동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의 통신 자료를 조회하면서 일종의 '민간인 사찰'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후 공수처가 각종 언론사 법조팀 취재기자들의 통신자료까지 무더기로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공수처의 통신 조회 대상에는 언론인뿐만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야당 의원들도 포함됐다. 최근에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황제조사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기자의 어머니, 동생 등에 대해 지난 6~8월 사이 6차례 통신조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증폭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긴급 소집하는 한편 공수처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 24일 "과거의 수사 관행을 성찰 없이 답습하면서 논란 등을 빚게 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공개적인 입장을 냈다. "주요 피의자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사찰 논란을 일축한 지 열흘 만이다.

다만 공수처는 입장문에서 "출범 이후 모든 수사 활동을 법령과 법원의 영장 등에 근거해 적법하게 진행했다"며 통신 조회의 위법 소지 내용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범죄수사를 통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의 절차)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통신영장을 받아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받고 난 뒤에는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 이후 30일 이내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공수처는 이 조항을 근거로 통신 조회를 하면서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영장 발부 사실을 당사자에게 확인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공수처의 통신 조회가 사안의 관련성 차원에서 대상자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사찰에 가깝지 않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진녕 법무법인 CK 대표변호사는 "입증하려는 사안과의 관련성이 사실상 없다고 보이는 일반인 가입자까지 조회했다는 것은 본인들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입증보다는 다른 의도를 가진 사찰이 아닌가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헌법에 비춰봐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사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통신영장이 범죄 혐의가 상당히 입증된 경우에 한해 발부될 수 있도록 법원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는 "(통신영장 대상자)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목적이 불분명하다면 영장 청구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 합리적 이유에 대한 소명을 들어본 뒤 되도록 범위를 좁혀서 통제하는 것이 맞다"며 "법원 역시 영장 발부 시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조 변호사는 통신영장 발부 절차에 대한 법·제도 개선 부분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 변호사는 "통신영장은 대부분 수사 초기 긴급성과 은밀성이 요구되는 단계에서 이뤄진다"며 "만약 이번 논란으로 통신영장을 구속영장의 경우처럼 절차를 더 어렵게 만든다면 테러리스트, 연쇄살인범 같은 수사 시 통신 조회 여부를 대상자에게 바로 알려서 도피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결국 그 피해는 시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intakunte8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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