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산업

롯데·한진은 합의했는데…CJ대한통운 택배기사 ′뿔난′ 이유는?

기사등록 : 2021-12-29 06:25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한진·롯데도 원가인상분 초과 택배비 인상
분류인력 확보 못해 기사에 비용지급…"과로 여전"
협상 멈춘 CJ에 불만 폭발한 노조 "20% 이상 차질"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지난 28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다른 택배사들이 우호적으로 협상을 마무리하거나 진행 중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택배노조는 본사가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택배비 인상분으로 배를 채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다른 택배사들 역시 사회적 합의를 계기로 분류작업 비용분을 초과하는 택배비 인상을 진행한 점을 감안하면 노조가 CJ대한통운을 집중 공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투명한 의사소통으로 교섭이 지연되고 노조에 불리한 부속합의서가 작성되는 등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데 따른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20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CJ대한통운 총파업 투쟁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다. 2021.12.20 hwang@newspim.com

◆ CJ 외에 한진·롯데도 원가인상분 이상 택배비 올려…"한진 추가인상 추진"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 소속 1700여명의 노조원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소속 노조원(2만5000여명) 중 쟁의권이 있는 인원이 참여, CJ대한통운 전체 택배기사 2만여명 중 약 8.5%가 배송업무를 중단한다.

택배노조가 주장하는 파업의 주요 이유는 CJ대한통운이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류작업 비용분에 대한 택배비 인상을 명분으로 얻은 초과이윤이 3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택배기사 과로사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전후로 택배비를 올린 것은 CJ대한통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부터 택배비를 인상한 CJ대한통운에 앞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월부터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택배단가를 100~200원 올렸다. 한진 역시 작년 하반기부터 택배비 현실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분류작업에 따른 원가 인상분 170원을 결정한 사회적 합의 이후에도 추가로 택배비 인상이 진행됐다. 자동화 설비가 부족해 해당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화주사들을 대상으로 추가로 원가 인상분만큼 택배비를 올렸다.

여기에 한진은 추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택배비 인상을 감안할 때 CJ대한통운뿐만 아니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다른 택배사들도 정부가 정한 원가인상분을 초과하는 택배비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한진 대리점 관계자는 "본사가 데이터를 돌려본 뒤 영업이익률이 안나온다며 기사들과 거래하는 화주사들을 대상으로 택배비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면 본사가 직접 거래하는 화주사들은 인상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무기한 총파업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 CJ대한통운 택배차량이 주차돼 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오는 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2021.12.27 mironj19@newspim.com

◆ 자동화 덜된 한진·롯데 분류비 기사에 지급, "과로 여전"…"CJ 협상 나서야" 지적도

기사들의 택배수수료 계산에서 원가인상분을 제외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CJ대한통운은 올해까지 56원,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12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본사가 분류작업을 전담하는 내년부터는 해당 비용도 올라간다.

다만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분류인력투입 비용을 대부분 기사에게 지급하는 실정이다. 하루 2~3시간 근무하는 인력 확보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원가인상분을 수수료 계산에서 제외해도 건당 택배수수료를 직급받던 과거 대비 오히려 기사 수익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택배기사의 과로를 막기 위해 추진된 분류작업 제외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적 합의문에 인력 확보가 어려울 경우 택배기사에게 비용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당초 취지와는 벗어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택배 대리점 관계자는 "노조가 현장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장 대신 CJ대한통운에 대해서만 공격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택배비 인상으로 인한 본사 수익 증가는 다른 택배사에도 벌어지는 상황임에도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만을 공격하고 있는 것은 협상 과정의 어려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는 대리점과 노조가 교섭을 마무리했다. 대부분 노조 전임자와 사무실이 확보돼 택배노조를 인정하는 조건이 마련됐다. 반면 CJ대한통운은 대리점연합회와 노조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교섭이 사실상 중단됐다. 노조는 준법투쟁을 전면 금지하는 조건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CJ대한통운은 오히려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표준계약서에 부속합의서를 포함시켰다.

이날부터 시작된 무기한 파업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배송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적인 물류대란까지 벌어지는 않겠지만 울산, 경기도 성남, 경남 창원 등 노조 가입률이 높은 일부 지역은 피해가 클 수 있다. 노사는 아직 협상 일정 등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전체 물량 중 20% 이상이 정상 배송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택배비 인상이 어려웠던 만큼 가격 정상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CJ대한통운은 유독 투명하지 않게 소통해 노조가 택배비 인상분에 대한 분배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사측은 노조법에 명시된 협상의무를 성실하게 임하고 노조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해야지 고객의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