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올해도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활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70조 원 몸값을 자랑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잇따라 IPO에 나설 예정이다.
컬리, 오아시스마켓, 쏘카 등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유니콘 기업들도 연내 상장 준비에 한창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올해 IPO를 통한 공모규모를 지난해 수립된 사상 최고치인 20조원을 뛰어넘어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 LG엔솔·현대엔지니어링, 신년 IPO 스타트 끊는다
가장 먼저 상장에 나서는 대어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12월 7일 금융위원회에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425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며 최대주주인 LG화학은 20%에 해당하는 850만주를 구주매출로 내놓는다. 상장예정일은 내년 1월 27일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는 25만7000~30만원이며 공모가가 최상단을 결정될 경우 시가총액은 70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위인 네이버(약 60조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회사는 오는 11~12일 기관투자자를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하고, 18~19일에는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뒤이어 출격하는 대어는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2월 6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같은 달 10일 금융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주식 수는 1600만주이며 이 가운데 구주매출은 75%에 이른다. 현대글로비스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총 1200만주를 구주매출로 내놓는다.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은 구주매출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5만7900원~7만5700원이며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6조500억원이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규모인 10조원 보다 낮게 책정됐지만 건설 대장주로 올라서는 것이 유력하다. 현재 건설업종 시가총액 1위인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은 5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달 25~26일 기관 투자자의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 뒤 오는 2월 3~4일 일반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상장 예정일은 2월 15일이다.
또 다른 현대그룹의 정유사업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13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반기 중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율 74%를 확보한 최대주주로 있다. 시장에선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원 수준으로 점치고 있다.
◆ 카카오 자회사 IPO 계속...SK스퀘어도 자회사 상장 추진
카카오그룹도 올해 2개 회사의 IPO를 추진한다. 앞서 카카오는 2020년 카카오게임즈를 상장시킨데 이어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증시에 입성시키는 등 자회사들의 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올해 제일 먼저 IPO 타석에 들어서는 카카오 계열사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웹툰)와 카카오M(영상, 아티스트)의 합병을 통해 설립됐으며 작년 7월 멜론을 흡수합병하며 거대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났다. 시장이 예상하는 몸값은 10조원에 이른다. KB증권, NH투자증권, 모건스탠리가 주관사로 선정됐다.
연내 상장이 예상되는 또 다른 계열사는 카카오모빌리티. 이 회사는 어플 카카오T를 기반으로 택시 호출, 대리운전, 렌터카, 택배 등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칼라일, 구글, TPG컨소시엄의 투자를 받은데 이어 하반기엔 LG와 GS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 규모는 총 1조200억원에 이른다. 예상 시가총액은 5조원 수준이다.
교보생명도 다시 한번 IPO에 도전한다. 회사 측은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해 12월 21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앞서 2018년에도 IPO를 시도했지만 대주주간 국제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상장 일정도 연기시켜야 했다.
그간 상장 추진에서 걸림돌이었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풋옵션 분쟁이 해소됨에 따라 상장 일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중재판정부가 신 회장이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제시한 풋옵션 주식을 매수하거나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정한데 이어, 서울북부지방법원 역시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제기한 계약이행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신 회장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도 해제하라고 명령했다.
SK그룹 계열사들도 연내 상장이 관측된다. SK텔레콤에서 분할된 SK스퀘어는 자회사 원스토어와 SK쉴더스의 상장을 차례로 추진한다. 앱스토어 운영사인 원스토어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26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원스토어의 상장이 마무리되면 SK쉴더스도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SK쉴더스는 보안서비스 업체로 ADT캡스가 전신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는 NH투자증권,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1.11.02 shj1004@newspim.com |
◆ SSG닷컴·컬리 등 유통업계 줄줄히 상장
다수의 유통회사들도 올해 IPO를 추진함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자본시장에서의 대결에도 주목하고 있다. 10조원 몸값을 자랑하는 SSG닷컴은 미래에셋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당초 SSG닷컴은 지난 2018년 해외 투자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면서 2023년까지 상장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자금 조달을 위해 이보다 상장 시기를 1년 앞당기게 됐다.
CJ그룹 계열사인 CJ올리브영도 상장 준비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 모건스탠리가 상장 주관사를 맡았다. CJ올리브영은 H&B(헬스, 뷰티) 스토어 국내 1위다. 2020년 말 진행된 프리IPO에서 1조8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도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컬리는 신선식품 배송 스타트업 기업으로 밤에 주문하고 그 다음날 아침에 받아 볼 수 있는 샛별배송 서비스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매출액은 2020년 9530억원을 기록했으며 2021년에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조단위의 몸값을 인정받고 있다. 컬리는 프리 IPO를 통해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지난달 25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4조원. 지난해 7월에 진행된 시리즈F 투자에서 2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뒤 5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60% 오른 셈이다.
컬리의 경쟁사로 꼽히는 오아시스마켓도 작년 10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새벽배송 후발주자였지만 업계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 작년 3분기 매출액은 2601억원, 영업익은 44억원을 기록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으로부터 각각 50억원, 1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오아시스마켓의 기업가치는 1조1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앞서 유니슨캐피탈로부터 투자 유치를 진행했을 당시 7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이보다 35% 가량 올랐다.
차량공유업체인 쏘카도 내년 상장 채비에 나섰다. 쏘카는 최근 주주 명부를 폐쇄하고 통일주권 발행했다. 통상 통일주권 발행은 한국예탁결제원 예탁과 증권계좌 위탁 거래가 가능한 통일주권의 발행은 IPO 전에 진행되는 절차로 인식된다.
쏘카는 2011년 설립됐으며 차량공유사업(쏘카)과 승차공유사업(타다)을 선보였다. 그러나 타다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승차공유 서비스가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럼에도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인 '패스포트'를 성공적으로 유치하며 구독 건수를 늘려나갔고 작년 3분기 설립 이래 처음으로 흑자전환을 이뤘다. 지난해 SG프라이빗에쿼티와 송현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받으며 1조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 연간 IPO 공모금액 30조 예상
이처럼 올해에도 대어들의 상장 러시가 이어지며 IPO 시장은 계속해서 뜨거운 열기를 띨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올 한해 IPO 공모금액이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해 수립된 20조원의 역대 최대 기록보다 10조원 가량 많은 규모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지난해 코스피 IPO 공모금액은 17조2000억원 수준으로 종전 최고치인 8조8000억원(2010년)을 넘어섰다. 코스닥 IPO 공모금액 역시 3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또한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 역시 IPO 시장의 활황을 뒷받침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12월 27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4조4712억원으로 연초(68조원) 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6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국내 공모주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 경험이 누적되면서 시장에선 공모기업과 주관사들이 신중하게 적정 몸값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기대 IPO 기업이었던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상장 첫 날 '따상'(공모가 대비 2배의 시가 형성 후 상한가로 거래 마감) 실패 사례가 속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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