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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끓은 '포스코 1고로' 역사 속으로…수소제철 향해 달린다

기사등록 : 2021-12-2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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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간 2차례 개보수, 총 5520만톤 쇳물 생산
철강 업계 "수소환원제철의 가속화" 기대
최정우 회장, 문 대통령에 "2040년 가능할 것"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포스코가 한국에 첫 쇳물을 뽑아낸 포항제철소 1고로의 불을 껐다. 지난 1973년 6월 9일부터 가동한지 48년 6개월만에 종풍(終風)한 것이다. 1고로는 한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음 하게 한 공로로 '민족 고로' 및 '경제 고로'로 불려왔다.

1고로 종풍에 따라 포스코는 8개의 고로를 통해 철강재를 생산할 방침이다. 동시에 수소로 쇳물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개발에 포스코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용광로 작업시설 [사진=포스코]

 ◆ 48년간 끓은 1고로,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공개

포스코는 29일 포항제철소에서 김학동 사장, 이시우 안전환경본부장, 양원준 경영지원본부장, 남수희 포항제철소장, 이덕락 기술연구원장, 포스코 노동조합 및 노경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고로 종풍식을 가졌다.

종풍(終風)은 수명이 다한 고로의 불을 끄는 것을 뜻한다. 1고로가 48년 이상 쇳물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차례 개보수를 거쳤기 때문이다. 1고로는 1979년과 1993년 개보수를 통해 수명을 연장해오며 반세기 동안 철철 끓으며 한국 제조업의 뿌리가 됐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최장 기간 조업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학동 사장은 이날 "1973년 6월 9일 첫 출선 당시,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님께서 직원들과 함께 1고로 앞에서 만세를 외치며 눈물 흘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종풍을 맞이 하게 되었다니 실로 만감이 교차한다"며 참석 소회를 밝혔다.

이어 "변변한 공장 하나 없었던 변방의 작은 국가가 짧은 기간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항 1고로와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묵묵히 일해준 직원들을 격려했다.

포스코는 1고로의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고려해 고로 내부를 완전히 냉각하고 철거 작업 등을 거쳐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개조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로써 포스코가 운영하는 고로 9개 중 맏형 격인 1고로는 역사 속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1고로 종풍에 따라 연간 100만 톤 가량 감소하는 출선량을 만회하기 위해 남아있는 8개 고로의 연원료 배합비 개선을 추진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으로 연계 산업에서 철강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포스코]

 ◆ 경제 대국으로 만든 '산업의 쌀'...이제 수소로

28일 자정부터 불이 꺼진 1고로는 앞으로 냉각 과정을 거친다. 통상 고로 안의 온도는 1500℃로, 종풍하더라도 내부의 열기가 모두 식는 데 적어도 반년 정도 걸린다.

1고로의 종풍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생산하기 시작하며 한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조5868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10위로 올랐다.

1970년 4월 1일 착공한 포항제철소는 3년 2개월이 지난 1973년 6월 9일, 1고로에서 처음 쇳물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이 쇳물은 조선,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제조업이 단기간내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전 세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든 한국 경제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1고로가 반세기 가까이 생산해 낸 쇳물의 양은 총 5520만톤에 이른다. 이는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1380척을 건조하거나, 중형차 5520만대 생산 또는 인천대교 1623개를 건설할 수 있는 양이다.

동시에 포스코의 연간 생산량과도 맞먹는다. 세계철강협회(WSA) 기준, 포스코의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4058만톤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받아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하지만 자동차 등 전방 산업 회복에 따라 올들어 9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7% 늘어난 5300만톤을 기록하며 고공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포스코는 한국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1고로의 상징성 때문에 수명을 늘려왔으나 더 이상은 한계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1고로의 내용적은 1660㎥로, 최근 준공되는 5500㎥ 이상의 초대형 고로와 비교하면 생산성이나 조업 안정성은 불리한 측면도 있었다.

철강 업계에선 1고로 종풍을 통해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의 탄소중립 움직임에 따라 1고로 종풍은 포스코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의 가속화를 뜻한다"며 "다만 수십조원에 달하는 개발 비용과 관련 상용화 시점 등은 보다 정부가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 현실적인 효율성을 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27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수소환원제철 도입 시기 질문에 "2040년쯤엔 수소환원제철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포스코 김학동 사장과 포항제철소 제선부 직원들이 종풍을 맞이하는 1고로 앞에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2021.12.29 peoplekim@newspim.com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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