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오스템임플란트에서 1800억원대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주범인 재무팀장이 회계법인 감사 타이밍의 공백을 노리는 등 치밀한 범행 수법을 보였다. 이 때문에 회계업계 내부에선 현재까지 밝혀진 범행 시기, 수법 등을 고려했을 때 해당 직원이 애초에 철저한 계획 하에 이뤄진 것이어서 회계법인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5일 한국거래소와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 3일 회사의 재무팀장 이모(45)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횡령 금액은 1880억원 규모에 달한다. 회사 자기자본(2047억 6057만원)의 91.81% 수준이다.
사건의 핵심은 자금 담당 직원 1명이 어떻게 1880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릴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업계 1위인 오스템임플란트 정도의 회사에서 내부통제장치는 물론 회계법인의 감사까지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금 관리 담당자 이모 씨가 회삿돈 1880억 원을 횡령해 동진쎄미캠의 주식을 사들인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일고있다. 이번 횡령사건은 상장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현재 한국거래소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식 거래를 중단해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4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사옥의 모습. 2022.01.04 hwang@newspim.com |
회계업계에서는 이씨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기 전에 범행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이 회사 외부감사인인 인덕회계법인이 지난해 3분기 보고서 제출 직전인 지난해 9월쯤 돈을 빼돌렸다. 이씨가 빼돌린 회삿돈으로 동진쎄미켐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 건 같은 해 10월 1일부터다.
회계법인 한 공인회계사는 "분기보고서는 감사와 달리 검토 수준에서 이뤄지고, 관련 수치나 자료 등도 모두 확정이 아니기 때문에 분기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이 같은 범행을 알아차리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기말 감사에서는 범행이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해당 재무팀장이 분기보고서 작성이 사실상 완료된 직후, 그리고 기말 감사가 시작되기 전 사이에 회삿돈을 굴리고 결산 전에 다시 채워 넣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분기보고서와 기말 감사까지 약 3개월 사이 회계법인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때를 노리는 치밀함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결산 이전까지만 회삿돈을 돌려 놓고, 관련 자료를 깔끔히 세택해 놓으면 기말 감사라도 아무런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을 거라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학과 교수는 "자금수지부터 입출금 내역, 잔액증명서 등을 깡그리 위조했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더라도 제 아무리 유능한 회계사, 회계법인이라도 이를 잡아내기 매우 어렵다"며 "특히 해당 재무팀장 1명이 저지른 범행이 아니라 만약 회사 내부 고위직과 결탁한 범행이라면 더욱 적발이 힘들다"고 말했다. 오스템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당사 재무팀장의 개인 일탈에 의한 단독 범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이씨의 범행이 지난해 9~10월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벌어진 일이라면 회계법인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덕회계법인이 2020년 사업보고서와 2021년 반기 사업보고서에서는 '적정'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오스템의 재무제표 수정여부 등에 대해 모니터링에 나섰다고 밝힌 상태다.
결국 경찰의 수사가 마무리에 접어들면 금감원의 회계감리 등으로 회계법인의 책임 소재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회계업계는 수사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덕회계법인이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상당히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회계법인의 감사 실패보다는 회사의 내부통제 미비, 부실이 핵심으로 금융당국 등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밝혀진 범행 시점 등을 고려하면 회계법인에 책임을 묻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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