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10%를 매각하면서, 확보한 자금이 향후 어떻게 활용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지난 5일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10%를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에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정 회장은 지분 3.3%, 정 명예회장은 6.7%를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6112억원 수준으로 이들 부자의 지분은 기존 29.99%에서 19.99%로 낮아졌다.
[사진= 현대차그룹] |
이번 지분 매각은 총수 일가의 대기업 계열사 지분율을 강화한 개정된 공정거래법 대응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이 지배구조 변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의 지분 21.4%를 갖춘 최대 주주로 현대모비스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의 지분율이 높지 않다. 현대차는 2.62%, 기아는 1.74%, 현대모비스는 0.32% 수준이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 이번 지분 매각에도 정 회장은 최대주주 자격을 유지하게 된다. 이에 이번에 마련한 지분으로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2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은 내달 15일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을 추진한다. 현대엔지니어링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가는 5만7900원~7만5700원 수준으로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보유 지분 890만3270주의 60%인 534만1962주를 매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 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은 4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과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매각으로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확보한 6000억원은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직접 매수하거나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7.2%를 승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4000억원을 투입할 경우 현대모비스 지분의 1.5%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2018년에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무산된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 및 그룹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적정시점 및 추진 방안을 확정하는 대로 관련 법령에 따라 공시하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분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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