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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윤석열, 분당·일산 10만가구 공급안...현실성은 '미지수'

기사등록 : 2022-01-0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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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 필요성 강조
시장·주민 재정비 사업 추진 기대
용적률 상향·토지용도 변경 등 구체적 방안 부족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에 재정비를 통해 10만가구를 공급하는 공약이 발표됐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실제 추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기 신도시에서 착공한지 30년이 돼 재건축 연한이 된 단지들이 생겨난 데다 단지와 도시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재정비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았었다. 공약이 실현되면 용적률을 높이고 토지용도 변경을 통해 사업 수익성이 확보될 수 있어 정비사업을 추진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밀개발로 인해 교통과 인프라 문제가 불거져 주거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입지 여건이 좋은 지역인만큼 정비사업 추진시 집값 상승이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노후화 진행되는 1기 신도시...용적률 상향으로 재정비 사업 본격화?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1기 신도시 지역의 재정비를 촉진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6일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이 공약에는 수도권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에 용적률·종 상향과 토지용도 변경 등으로 주택을 10만가구 추가 공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거주지 마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금 부담 능력이 부족한 고령 가구를 위해 이주전용단지를 조성하고 세입자에게는 일반분양분 우선 청약권과 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1기 신도시 지역의 재정비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1기 신도시는 대부분 1989년부터 1992년 사이에 조성된 도시들로 이들 지역에는 준공 30년을 앞둔 단지들이 나타나고 있다.

단지들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상하수도 부식이나 층간 소음 등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는 데다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도시의 활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안전진단 규제 강화로 인해 재개발과 재건축이 여의치 않으면서 이들 지역에서는 차선책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 "정비사업·리모델링 추진 속도 오를 것" 시장·주민들은 기대감 표시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공약에 대해 시장과 신도시 주민 사이에서는 재정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정비사업 추진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1기 신도시는 입지 조건과 주거환경이 좋은 편이어서 신도시 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혀왔다. 하지만 노후화가 진행돼 정비사업이 필요했으나 집값 불안 등 여러 요인을 검토해야 하다 보니 실질적인 재정비 추진 계획은 나오지 못한 상황이었다.

또한 대부분이 중층 이상 주거지가 많아서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169∼226% 수준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해도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다보니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겪어왔었다. 용적률 상향과 토지 용도 변경이 되면 수익성이 확보돼 사업 추진 활성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입지와 인프라의 장점이 있어 용적률 상향 등으로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면 일대 집값 상승은 불가피하다"면서도 "1기 신도시는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만큼 도시 정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에서는 최근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사업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났었다. 주민들은 용적률 상향과 토지용도 변경이 실행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조합설립 주민동의율 67%를 달성한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강선14단지 두산아파트 전용면적 69㎡은 지난해 5월 6억2000만원에 거래가 됐으나 리모델링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11월에는 7억3000만원으로 1억 넘게 오르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1기 신도시 최초로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전용면적 51㎡는 지난해 1월 8억원에 거래가 됐으나 10월에는 10억원으로 2억원 오르며 최고가를 나타냈다.

고양시 주엽동 B 공인중개사무소장은 "이미 몇몇 단지들에서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 요건을 채우는 등 사업 추진 열의가 높다"면서 "용적률 상향이 된다면 낙후된 주거단지 개선과 지역 가치 상승 뿐 아니라 사업 수익성이 확보돼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해결 과제 한 두개 아닌데"... 구체적 방안 제시 미흡

용적률과 종상향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교통·인프라 문제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공약 내용이 실제로 실현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도시의 용적률 상향과 토지 용도를 변경하려면 지구단위계획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 지자체장의 승인이 있어야 하고 용역을 발주해야 하는데 최대 1년까지 시일이 걸리고 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 특별법 제정은 입법 사항인만큼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논의 과정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있다.

고밀 개발로 인한 주거질 악화와 집값 불안 우려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신도시 재정비가 진행되면 기존에 계획된 신도시 인구보다 많은 인구가 유입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교통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교육·생활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인프라 시설 확충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업 추진 기대감과 이주수요 발생으로 집값과 전셋값 불안이 나타날 수 있는 부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주전용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는데 입지 선정이나 재원 마련과 해당 단지 활용 계획 등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효과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1기 신도시 재정비는 필요하지만 실제 주택공급까지 과정은 쉽지가 않다"며 "신도시의 경우 종 상향이나 토지용도를 변경하려면 지구단위계획을 재설정하는데 1년 가까이 걸리는 데다 인구 증가에 따른 인프라·교통 시설 부지 확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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