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노동이사제 도입이 의무화되는 금융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일부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도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그러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노동이사제가 오히려 경영 효율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내부 갈등만 키울 수 있어 금융권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CI=각사] 최유리 기자 = 2022.01.11 yrchoi@newspim.com |
금융권에선 준정부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해당된다. 이들 기관은 개정안 통과에 맞춰 비상임 노동이사로 올릴 인물을 물색할 계획이다. 특히 이달 말 2명의 비상임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신용보증기금과 앞서 두 차례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했던 캠코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노조는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사회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는 만큼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공공기관 노조위원장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곳들이지만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이슈가 항상 있었다"며 "이런 부분을 견제하고 경영진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경우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타공공기관인 국책은행은 공운법 대상이 아니지만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제도다. 노동자 대표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여겨진다.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노조추천이사를 선임한 바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올 3월 주총에 맞춰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한다. 2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시기에 맞춰 인물을 추천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조만간 집행부에서 추천 인사를 물색해 금융위와 은행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수은에서도 노조추천이사가 나왔고 같은 공공기관으로서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간 금융사인 시중은행로도 물결이 이어질지 관심사다. 일단 2017년부터 노조추천이사제를 시도했던 KB국민은행 노조는 올 3월 주총에서도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확대되면 시중은행 노조추천이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우려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국책은행의 역할이나 민간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 역할을 맡는 산업은행은 신중한 입장이다. 민간기업으로 노동이사제가 확대될 경우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산업은행에서 먼저 추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민간기업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자산 매각 등 유동성을 확보하는 작업에 일일이 반대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제때 못하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를 담당하는 은행에서 도입하면 내로남불이 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민간은행으로 확대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에 발목이 잡혀 의사결정의 전문성이나 속도감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은행은 우리사주제도로 이미 경영진을 견제할 장치도 있고 집중투표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며 "노동이사제는 경영진 견제 역할 만큼이나 내부 갈등만 키우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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