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올해 아파트 분양가가 예년보다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땅값과 공사비, 인건비가 일제히 오른데다 시멘트업계도 가격을 '역대급'으로 올려서다.
특히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모인 강남3구는 올해 공시지가가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공시지가와 자재 값 인상, 분양가상한제 개편 등이 맞물려 올해 분양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인천 송도 아파트 건설현장.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2021.04.28 hjk01@newspim.com |
◆ 공시지가, 2년째 두자릿수 상승…"분양가 영향 줄 것"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의 원가에 해당하는 땅값과 공사비, 인건비, 시멘트값이 일제히 올라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건설 현장에 적용하는 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는 지난해보다 3% 이상 상승했다. 공사비 총액이 1% 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일 공개한 2022년 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는 작년 하반기 대비 평균 3.17% 올랐다. 이에 따라 공사비 총액은 0.89%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표준시장단가는 실제로 시행한 공사의 공사비 중 공종별 시공비용(재료비+노무비+경비)을 추출해 유사 공사의 공사비 산정에 활용한다. ▲토목 989개 ▲건축 417개 ▲설비 289개 등 총 1695개 공종에 대해 노임단가와 생산자물가지수 변동률을 반영했다.
국토부는 공사비산정기준 관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표준시장단가를 연 2회, 표준품셈은 연 1회 개정하고 있다. 표준품셈은 보편화된 공종·공법에 활용하는 인원수와 재료량을 제시한 것으로 단위작업 당 원가를 곱해 공사비를 산정한다.
특히 분양가에서 비중이 높은 땅값도 올랐다. 분양가 항목에서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택지비인데,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초로 한 감정 평가를 거쳐 산정한다.
앞서 정부는 전국 표준지 54만필지 공시지가와 표준 단독주택 24만가구 공시가격을 작년 말 공개했다.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 10.1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승률 10.35%보다 소폭 줄었지만 2007년(12.4%)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파른 공시지가 상승이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울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본격 시행했지만 땅값, 물가 상승 영향으로 분양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지난 2020년 2646만원에서 작년 2798만원으로 5.7% 올랐다.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격이 같은 기간(1398만→1310만원) 6.3% 내린 반면 서울은 오른 것이다.
◆ 강남 재건축, 올해 공시지가 급등…"분양가 급등 우려"
특히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모인 강남구(13.3%), 서초구(13.2%), 송파구(12.6%) 등은 공시지가 상승률이 높았다. 이들 지역에서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도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표준지공시지가 열람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내 표준지(1841㎡)의 올해 ㎡당 공시지가는 2420만원으로, 작년(2105만원)보다 14.9% 상승한다. 서초구 방배삼익아파트 표준지(2만9022㎡)의 ㎡당 공시지가도 같은 기간 1650만원에서 1840만원으로 11.5% 오른다.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내 위치한 표준지(2만4903㎡) 공시지가는 ㎡당 2265만원으로 올해(1980만원)보다 약 14.4% 오른다.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표준지(11만8650㎡)의 경우 ㎡당 공시지가가 작년 1425만원에서 올해 1690만원으로 약 18.6% 급등한다.
재개발을 추진 중인 동작구 흑석9구역에 위치한 표준지(99㎡)의 올해 공시지가는 ㎡당 839만원으로 작년(756만원)보다 약 11% 뛴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14단지의 ㎡당 공시지가는 작년 793만원에서 올해 870만원으로 9.7% 오른다.
게다가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개편에 나섰기 때문에 분양가가 이전보다 크게 오를 여지가 많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11월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에서 민간택지의 택지비 산정 시 개별 입지의 특성을 반영하고 지자체 임의로 건축비를 삭감하지 못하도록 했다.
민간택지는 개별택지 특성과 최대한 비슷한 표준지를 골라 용도지역, 교통여건, 단지 규모 등을 반영할 수 있게 했다. 이전에는 지자체가 심의에서 기본형 건축비를 마음대로 깎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별도 고시 없이는 조정할 수 없게 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2021.11.09 mironj19@newspim.com |
◆ 레미콘업계, 시멘트값 역대급 인상…건설업계 "원가 부담"
아파트의 주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도 급등했다.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는 다음달부터 시멘트 판매 고시가격을 톤당 9만30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올 초 고객사인 레미콘사에 통지했다.
통지한 인상폭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면 시멘트 판매가격은 기존 고시가격 7만8800원 대비 18% 오르게 된다. 역대 최대 폭이다. 한라시멘트도 지난달 말 비슷한 수준의 가격인상안을 고객사에 전달했다.
앞서 시멘트업계는 작년 7월 시멘트 가격을 7년 만에 5.1% 올렸는데 6개월 만에 추가적으로 올렸다. 시멘트 원재료인 국제 유연탄값이 급등했고 요소수 대란, 인도네시아 석탄 수출 금지령 등 대외적 영향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상률이 그대로 반영될지는 아직 미정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서 집계한 지난 2020년 12월 말 기준 전국 레미콘사는 총 940개다. 시멘트사들의 고시가격 인상 통지가 많아지면 940개 업체가 모인 협회 차원에서 협상에 참여하게 되고, 협정 주체 중 하나인 건설사가 동참하면서 최종 인상 여부 및 폭을 결정한다.
다만 건설업계는 시멘트 업체들의 가격인상 통보로 부담이 커졌다. 건설사들이 사용하는 주 원재료는 시멘트와 철근이다.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레미콘, 건자재 등 유통단가도 오를 수밖에 없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값 인상 요인은 일부 인정하지만, 너무 과도한 인상은 원가에 큰 부담이 된다"며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만큼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조정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시지가·표준시장단가와 시멘트 등 자재 값 인상, 분양가상한제 개편 등이 맞물려 올해 분양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시지가, 물가 상승 영향으로 분양가는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라며 "여기다 시멘트값, 공사비, 인건비와 같은 각종 비용이 모두 오르는데다 분상제 개편이라는 제도까지 더해진다다면 분양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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