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형 기자 =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최종 불허하면서 3년여에 걸친 인수합병(M&A) 추진이 최종 무산됐다. 지난 2000년 산업은행에 편입된 뒤 무려 22년을 기다린 대우조선해양 새주인찾기는 다시 요원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1997년 IMF 외환위기에 따른 대우그룹 해체로 분할된 뒤 경영난을 겪다 2000년 공적자금이 투입돼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에 편입됐다.
이후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실적 개선과 정상화 추진에 힘입어 2008년 3월 지분 매각 계획을 발표하며 인수합병에 나섰다.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화 등이 인수 후보에 올라 경쟁을 벌였고, 결국 같은 해 11월 한화가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한화는 6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인수비용에 분할 납부를 요구했으나 산업은행이 거절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2009년 1월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최종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사진=대우조선해양] 2020.07.20 syu@newspim.com |
2010년대 들어 침체기가 찾아오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조 단위 적자를 내며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산업은행은 대규모 자금 수혈에 나섰고, 2015년 10월 4조2000억원, 2017년 3월 2조9000억원 등 두 차례에 걸쳐 대출과 출자 전환 등으로 지원을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에 국고로 쏟아 부은 돈만 7조원이 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적자를 이어온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8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다. 이듬해 1월 산업은행은 또 다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추진했다. 같은 해 2월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제안 불참 의사를 통보하자,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을 인수 최종 후보로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물출자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보유 지분 55.7%를 조선통합법인(한국조선해양)에 현물출자하고,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계열사로 두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EU를 포함한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6개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한국조선해양과 산업은행 간 계약에서 6개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하는 것은 인수의 선결 조건이었다.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 등 3개국은 기업결합에 대한 조건 없는 승인을 내렸으나, 한국, 일본, EU는 심사를 미뤘다. EU는 2019년 12월 기업결합 심사를 시작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심사를 세 차례 연기하다 지난해 말 재개했다.
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3일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EU는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 60%에 이르는 등 독과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으로 합병이 무산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심사는 무의미한 상황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EU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EU법원 등에 불복 소송을 낼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원점으로 돌아가 대우조선해양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플랜 B부터 D까지 언급했으니 그쪽에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jun89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