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미국의 대(對)러시아 달러 결제 제재 등을 통한 금융제재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러시아 수출입 금융과 해외송금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러시아 은행 간 거래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대규모 경제·재정적 제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러시아를 국제은행결제망(SWIFT)에서 분리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금융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델라웨어 로이터=뉴스핌] 김사헌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0.11.07 herra79@newspim.com |
SWIFT는 1973년 유럽과 북미의 주요 은행들이 가맹한 민간 국제은행 간 통신협정으로, 달러로 국제 금융거래를 할 때 필요한 글로벌 결제 시스템이다. 현재 200개국의 1만1000개 금융기관이 SWIFT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SWIFT를 통해 건별·금액별로 연 100억 건, 1조 달러 규모의 국제 송금이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 다음으로 SWIFT 결제 건수가 많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기업 간 무역거래 시 금융기관을 껴서 수입기업에 대출 형태로 대금을 지불하고, 수출기업이 이를 갚는 무역금융이 필요한데, 러시아의 SWIFT 분리로 이게 막히면 무역거래가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러시아간 무역 타격도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는 한국에 에너지와 원자재를, 한국은 러시아에 자동차·자동차부품을 주로 수출하는데, 러시아의 SWIFT 퇴출시 한국과 러시아의 무역은 수출대금을 결제할 수 없어 사실상 중단된다.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무역거래를 지속하는 방안이 있지만, 유럽이 러시아 금융제재에 동조할 경우 러시아는 사실상 국제 금융거래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제 금융에서 중국 위안화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어 유럽까지 금융제재에 동조할 경우 러시아는 국제 무역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도 20일(현지시간) 미국과 더불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시 대규모 경제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언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유럽을 자신들의 영향력으로 나누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가 2014년부터 지속돼온 만큼, SWIFT 분리로 인한 국내은행의 업무에 괄목할 만한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미국은 이미 SDN(특별제재 대상)과 SSI(부문별 제재 대상)를 통해 러시아 기업과의 거래를 제재하고 있다"며 "수출입은행의 경우 지난 2014년쯤부터 러시아 국영은행과 거래가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0년 7월 기준 미국 제재 대상인 러시아 금융권 기관은 117개사에 이른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유로화까지 막지 않고 달러 금융만 제재해도 러시아에 대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며 "달러 거래가 막히면 루블화 가치가 떨어져 러시아와의 무역거래에서 사업성도 하락해 우리나라의 기업 진출이 더 퇴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SWIFT로부터 분리될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6~7년 전 부터 '탈 달러화(De-dollarization)'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러시아 금융감독청은 SWIFT 분리에 대비해 SPFS 시스템을 러시아 전 금융기관들(외국계 포함)의 결제 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연결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