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해양수산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컨테이너선사 담합에 대한 과징금 처분에 대해 반박했다.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 이뤄질 경우 외국계 대형선사 위주의 과점화가 가속화돼 운임 인상 등 국내 화주들의 피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해운업 특성상 한국에서 불공정행위로 제재한다면 일본과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연쇄 제재로 이어져 결국 국내업주들만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 공정위 제재, 다른 국가에서 한국선사 대해 연쇄적 제재 우려
해양수산부는 24일 '정기 컨테이너선사 공동행위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고, 공정위가 과징금 처분의 근거로 든 공동행위가 사실상 폐지될 경우, 외국계 대형선사 위주의 과점화가 심화돼 운임 인상 등 국내 화주의 피해 가능성 높다고 반박했다.
아시아-남미 운임의 경우 TEU(컨테이너 1개) 당 1700달러 내외였으나, 2010년 이후 한진해운 등이 신규 진입하면서 99달러(2016년 2월)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한진해운 파산 이후 3811달러(2017년 6월)까지 급상승하는 등 대형선사 위주의 과점화가 심화됐다.
[자료=해양수산부] 2022.01.24 fair77@newspim.com |
지난해 글로벌 물류난에 따른 해상운임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원양항로에 비해 운임 공동행위가 있는 동남아항로 운임은 안정적으로 이뤄져 국내 선사들에게는 '공동행위'의 긍정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해수부 주장이다.
특히 이번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 동남아 항로를 이용하는 중소선사 위주의 국적선사에 집중되면서 과징금 조달을 위해 선박 등 핵심 자산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인 점도 강조됐다.
해수부는 국내에서 액수와 관계없이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일본, 중국, 동남아 등에서의 해외 연쇄 제재까지 고려하면 수천억원 이상의 과징금 납부가 우려된다고 했다.
최근 해운 호황으로 큰 수익을 올린 해외선사들은 선박 발주와 육상물류기업 인수 등 공격적 투자를 준비중이지만, 과징금 납부시 국적선사들은 재원을 모두 소진, 신규 투자가 어려워져 외국 대형선사들과 경쟁력 격차도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렇게 되면,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물류난, 수에즈운하 중단, 요소수 사태 등과 같이 향후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가 증가되고, 사실상 섬 국가이자 무역대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국적선사가 없다면 공급망 위기시 수출입이 마비되고, 국가 경제의 치명적 피해가 초래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 과징금보다 해운사 붕괴, 국익 해칠 우려 급증
공정위는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동남아 노선에서 운임을 담합한 12개 국적 선사들과 11개 외국적 선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했다. 해운법에 따른 공동행위가 되려면 선사들이 공동행위를 한 뒤 30일 이내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만큼 불법적 공정행위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우리나라에서도 선사들은 운임기본합의(RR) 후 화주단체와 협의를 거쳐 해수부에 신고토록 돼 있어 신고를 지키지 않은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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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행위 관련 규제 정비 시에도 해운 공동행위는 제외된 점도 해운의 특수성을 공정위가 감안하지 않았다는 게 해수부의 주장이다. 1999년 해운법 개정 당시 '불공정행위'에 대해 해수부에서 조치하고, 공정위에 통보토록 양 부처가 합의됐다. 이는 해운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해수부의 해운법 독자적용을 공정위가 인정한 셈이다.
해수부는 공정위가 국민신문고 주요 상담사례(2011년 8월 30일)에서 선사들의 공동 행위는 공정거래법 적용 자체가 제외된다고 답변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아시아 역내 해운 네트워크 상실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현재 한일, 한중, 동남아는 항로 내 선사들이 동일해 1개 항로라도 네트워크를 상실할 경우 선사 경영 악화로 타 항로가 연쇄 붕괴되는 약점이 있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동남아 항로에 외국계 선사 주도의 치킨게임이 본격화되면서 국적선사의 점유율 감소와 일부 영세선사의 시장 퇴출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시아 역내 네트워크 상실 시 부산항의 환적 기능 상실로 이어져 부산항 기항 선박 감소에 따른 화주 피해와 부산 경제 침체 등 초래도 우려로 지목된다.
일본은 1980년대 중일항로를 개방한 뒤 중국선사의 저가 공세가 이어졌고, 결국 일본선사들이 대거 퇴출한 경험이 있다. 중일항로는 중국선사 점유율이 90%이며 한일항로도 한국선사 점유율 90%에 달한다.
일본선사들은 약 10여개 선사가 활동했었지만, 중소선사가 모두 퇴출돼 글로벌 원양 1개사(ONE, 세계 6위)를 제외한 세계 50위 이내 선사가 없다.
현재 한국은 국적선사의 경우 원양선사인 HMM을 제외하고도, 세계 50위 이내에 4개 선사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선사가 몰락하면서 기존 고베, 도쿄 등에서 처리되던 환적 화물이 부산항으로 이전, 일본 항만 쇠락 및 항만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해수부는 우리나라도 공동행위 제재 시 동남아→한중→한일 순 연쇄 붕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료=해앵수산부] 2022.01.24 fair77@newspim.com |
해수부는 공동행위에 대해 그동안 포괄적인 공동행위(RR) 신고에 대해 문제없이 승인해 왔다. 선사들도 적법 행위로 인식해 왔다. 45년간 해운 공동행위는 해운법에 따라 특별히 문제없이 운영돼 왔고, 공정위 제재사례도 없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도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공동행위를 해왔지만, 이를 제재했던 국가는 없었다는 점도 해운공동행위에 대한 '담합'이 부적절하다는 관측이다.
전재우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해운업 공동행위에 대한 이번 사안은 해운법상 공동행위의 신고 범위 등에 대한 관계부처 간 입장 차이에서 기인한 문제"라며 "국가 기간산업에 회복이 불가능한 제재를 부과하기 보다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제도를 보완해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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