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법원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성 발언과 신체접촉을 한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의 해고 절차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기간제 교사는 학교 측이 징계 사유인 성비위 행위를 해고통지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해고 절차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원은 "원심은 해고통지서에 A씨의 구체적인 비위행위가 기재돼 있지 않다고 봤지만 이미 당사자가 해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충분히 대응할 상황이었다면 조항을 위반한 통지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성비위는 상황에 따라 행위의 의미와 피해자의 수치심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 사건처럼 다수를 상대로 복수의 행위가 존재하고 당사자가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 개개인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A씨는 2018년 8월 학생들에게 수치심을 주는 발언과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지만 징계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학교 측은 A씨 담당 학급의 학부모로부터 성비위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A씨와의 면담을 통해 진술을 받은 뒤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해고를 결정했다.
청구 기각에 불복한 A씨는 2019년 1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초심과 같은 이유로 기각 판정을 받자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과 학교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을 냈다.
A씨는 학교가 정관에 따른 징계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성희롱고충심사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소명 기회를 주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해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고 본인의 성비위를 파악하고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기명 설문조사에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본인이 맡았던 학급의 학생 35명 중 32명이 담임 교체와 사직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냈다고 강조했다.
원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교장이 해고 전에 A씨와 면담을 했고 징계 절차상 기간제 교사에게 변명의 기회를 줘야한다는 절차상 규정이 없어 별도의 소명 기회를 주지 않았더라도 해고 방식은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A씨가 학생들에게 살이 쪘다, 아줌마, 할머니 같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은 학생들로부터 학급회의 결과를 듣는 과정에서 본인이 진술서에 기재한 내용으로 언행을 한 날짜와 장소, 행위의 대상이 된 학생이 특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막연한 반박 외에 의견 진술이나 소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징계 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학생들에게 성추행 언행을 한 날짜와 장소, 행위의 대상이 특정돼 있지 않고, 단순히 살이 쪘다, 아줌마, 할머니 같다 등과 비슷한 단어를 사용한 발언이라고만 돼 있어 내용을 특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건 경위와 해고 통지서 문구에 비춰 보면 해고 사유는 2학년 3반 학생들이 문제 제기한 신체 접촉(꼬집거나 손잡아 끄는 행위)과 외모에 대한 발언으로 특정됐다"며 "각각의 행위 범주에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있더라도 A씨가 충분히 대응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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