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1. 2019년 7월 서울 사직동의 한 건물에서 시작된 공유주방 서비스. 기존에는 교차오염 등을 우려로 금지돼 특정 조건 내에서 시범사업으로만 가능했지만 이제 모든 기업에게 기회의 문이 열렸다. 지난 12월 개정 식품위생법이 시행되면서 공유주방은 이제 강남, 광명, 부산 등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 200여 명 이상의 청년 창업자들이 꿈을 이룰 발판이 되고 있다.
#2. 그동안 일부 기업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재작년 말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으로 폐배터리의 지자체 반납의무가 폐지되면서 기업들은 이를 캠핑용 파워팩이나 전기차 충전용 ESS로 재탄생시키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재활용 폐배터리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거점수거센터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 지원센터를 통한 규제특례 승인 이후 후속 법제도 개선도 하나 둘씩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26일 '샌드박스 법제도 개선현황 분석'을 통해 샌드박스가 바꾼 세상을 되돌아보는 한편 조속한 후속 법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대한상의 측은 "샌드박스로 많은 혁신이 가능해졌지만 제도의 혜택이 산업 전반으로 퍼지려면 법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그런 점에서 샌드박스의 완성은 바로 법령정비"라고 했다.
[로고=대한상공회의소] |
규제 샌드박스는 낡은 법과 제도에 막힌 혁신 사업자에게 2+2년간 실증 테스트 기간을 부여해 '혁신 우회로'로 불리고 있다. 정해진 것만 하게 돼 있는 '포지티브' 법체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규제 루프홀(Loophole, 규제사각)을 메워 기업들에게 혁신의 실험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2020년 5월에는 국내 첫 샌드박스 민간 기구인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출범하면서 137건의 혁신제품과 서비스가 특례를 받았다.
현재 대한상의 샌드박스 과제 137건 중 24건이 개선 완료됐고, 30건은 개선 진행 중에 있다.
공유주방 서비스와 비대면 이동통신 가입 서비스, GPS 기반 앱미터기, 시각장애인 보행경로 안내 서비스, 선결제 택시·가맹택시 탄력요금제, 유상 여객 운송 서비스 등이 개선 완료됐으며,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을 비롯해 AI 사물인식 기술을 활용한 주류자동판매기 그리고 플랫폼 기반 임시 택시 운전 자격 운영 등은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유주방은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를 통해 승인된 과제들 중 가장 먼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이 통과된 과제다. 기존에는 위생사고 등을 우려해 하나의 주방에서 한 명의 사업자만 영업이 가능했지만 샌드박스를 통해 공유주방의 안전성이 입증되고,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나 소관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선제적으로 법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공유주방에 입주 경험이 있는 업체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약 214곳으로,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2년 전에 비해 50배 이상 증가했으며, 업계에 따르면 5년 내에 600곳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유주방을 통해 지금까지 절감된 초기 투자비용도 약 19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폐배터리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전기차 폐배터리는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하도록 돼 있어 민간에서는 샌드박스를 통해서만 재활용 사업이 가능했지만, 2020년 12월 대기환경법이 개정되면서 지자체 반납의무가 사라졌다. 애물단지였던 폐배터리가 캠핑용 파워뱅크, 태양광 가로등 등으로 새롭게 재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외에도 PASS앱 등 민간인증서를 활용한 비대면 통신가입 서비스, GPS 기반의 택시 앱미터기, 모바일 앱을 활용한 시각장애인 보행경로 안내 서비스 등도 관련 법제도가 개선되어 해당 사업을 추진하려는 모든 기업들에게 기회가 열렸다.
다만, 아직 개선이 필요한 과제들도 많다. 소관부처가 기존의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해 기업의 혁신 사업을 허용해주는 '적극해석'의 경우 실제 법령을 바꾸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승인과제들은 샌드박스 없이도 사업이 가능해지려면 국회 등에서 후속 법제도를 개선해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조속한 법제도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송우경 산업연구원 지역정책실장은 "안전성이 검증된 과제는 승인기업의 사업 중단 우려 해소는 물론 혁신의 확산을 위해서라도 정부·국회에서 법제도 개선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박사도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법제도 개선을 총괄·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이번 법제도 개선현황 분석을 통해 정부와 국회, 올해 3월 출범 예정인 대통령직인수위 등에 조속한 법제도 정비를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대한상의 측은 "승인 기업 수가 많거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커 정비가 시급한 과제들을 추려 우선적으로 정비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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