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승객들이 쌓은 마일리지 소진을 유도하고 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부채에 마일리지까지 떠안는 게 부담이다. 양사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해 시스템을 통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객 불만도 우려 요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등으로 통합 자체의 불확실성이 커진 측면이 있지만 일단 양사는 고객들이 마일리지를 최대한 사용하도록 사용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1400마일당 이마트 1만원 할인권을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 [사진=대한항공] |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코로나 이전 대비 마일리지 11~13% ↑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은 2조5529억원으로 전2020년 3분기 말(2조4686억원) 대비 3.4%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2조2942억원)과 비교하면 11% 넘게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9112억원으로 코로나 전과 비교해 13% 이상 늘었다. 이연수익은 추후 마일리지가 소진되는 시점에 수익으로 인정된다. 이연수익 금액만큼 쌓여 있는 마일리지는 부채로 인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마일리지가 10% 이상 늘어나면서 부채도 커졌다.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매출이 급감한 데다 마일리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항공권 구매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채가 쌓일수록 회사의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시 통합되는 마일리지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대규모 부채를 쌓은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시장에서 대한항공 마일리지보다 약 80% 낮은 가치로 평가돼 마일리지 통합비율도 논란이다. 대한항공은 합리적인 전환율을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부터 변경되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도 변수다. 항공권 구매시 좌석 등급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데, 일등석·비즈니스석 대비 이코노미석 적립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일부 고객들의 반발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제도 개편 일정이 미뤄졌지만 올해부터는 새로운 마일리지 적립률과 좌석 예매방법이 적용될 확률이 높다. 대한항공 고객 입장에서는 제도 개편 전에 마일리지 항공권을 끊는 게 유리하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 통합시 아시아나 고객 불만 예상, 대한항공 제도변경도 우려…"마일리지 사용처 계속 확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누적된 마일리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용처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앞두고 항공권 이용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할 필요가 있어서다. 올해 부채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아시아나항공 역시 마일리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네이버와 제휴해 600마일 차감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월간 이용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마트에서는 1400마일당 1만원의 교환권을 발급받아 하루 1회 사용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800마일을 차감하면 이마트에서 2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또 7만원 이상 결제시 3000원당 1마일을 적립해준다.
호텔과 리조트 이용도 가능하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내 '마일리지 몰'에서 마일리지를 공제하면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그랜드하얏트인천, 와이키키리조트호텔, 인터컨티넨탈 L.A. 다운타운을 예약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는 금호리조트를 이용할 수 있다.
항공권 구매도 용이해졌다. 대한항공은 100% 마일리지로만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었던 제도를 바꿔 최소 500마일부터 항공운임의 최대 20%를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 사용몰에서 기내 면세점을 이용하면 가족 마일리지를 합산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모두투어 여행상품과 에버렌드 이용권 구매도 가능하다.
다만 양사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계기로 합병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만약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마일리지 제도 개편 등을 앞두고 고객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만큼 앞으로도 마일리지 소진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객들이 일상 생활에서 소액의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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