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서방이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무시했으며 교묘하게 전쟁을 유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를 방문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지난 달 26일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에 전달한 안보 보장안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첫번째 공개적인 언급이어서 눈길을 끈다.
푸틴 대통령은 "이는 이미 매우 분명해졌다...러시아의 근본적인 (안보)우려들은 무시당했다"며 서방측의 안보 보장안에 대해 큰 실망감과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국가가 안보를 위한 스스로의 방안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그에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내가 보기엔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안보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그들의 주된 임무는 러시아의 발전을 가로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나서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전격 합병했던 크림 반도에 대한 탈환에 나서는 상황도 거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회원국으로서, 무기들로 무장한 채 크림반도에서 작전을 개시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라면서 "우리(러시아)가 나토 블럭과 싸워야 하는가? 누가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2.02.02 |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킨 가운데 서방측에 나토의 우크라이나 편입 추진 등 동유럽을 향한 '동진정책' 중단과 러시아 국경에 배치돼 있는 서방의 병력과 무기 철수 등을 서면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과 나토는 서면을 통해 동유럽에서 나토군 병력과 무기의 철수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거부는 협상 대상이 아니지만 러시아와의 군비 통제나 신뢰 구축 문제에 대해선 전향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해왔다.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측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서면을 전달받은 뒤 면밀한 검토를 벌이며 대응 방안을 모색해왔다. 푸틴 대통령이 일단 서방에 대한 강경한 비판 목소리를 분명히 드러내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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