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팬데믹 종식이 가까워졌다는 낙관론이 일고 있다. 대부분 증상이 경미해 중증과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고, 강력한 전파력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집단면역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칠레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2022.01.31 [사진=로이터 뉴스핌] |
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7일 동안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40만명대로 2주 만에 44% 감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스 헨리 클루게 유럽국장은 이처럼 일부 국가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것에 대해 "팬데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팬데믹을 끝낼 마지막 변이가 아닐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풍토병)이 되기 위해서는 대다수의 사람이 면역을 갖춰 중증감염률이 낮아져야 하는데, 최근 미국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인한 항체 수준은 비교적 높지 않았다.
◆ 증상 경도에 따라 차이나는 면역 수준
지난달 26일 공개된 동료검토 전 논문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샌스란시스코 주립대(UCSF) 연구진은 오미크론이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돌파감염된 백신 접종 완료자 125명의 항체 형성 수준을 비교 분석했다. 실험 참가자 중에는 3차 부스터샷 접종자도 포함됐다.
부스터샷을 접종하지 않은 이들의 돌파감염 후 항체 수준은 부스터샷 만큼 향상됐다. 그러나 델타 변이로 돌파감염된 이들의 면역보호 수준이 오미크론 변이 돌파감염자보다 훨씬 높았다.
연구진은 증상의 경도에 따라 자연면역 형성 수준이 차이가 난다는 상관관계를 발견한 것이다. 델타 변이처럼 감염 증상이 심할 수록 회복 후 자연 항체 형성률이 높다는 뜻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높은 자연면역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연구진은 "우리의 연구 결과는 오미크론으로 야기된 면역이 다른 변이 감염으로부터 예방하는 데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바를 시사한다"며 백신 부스터샷 접종이 현재까지는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마무리지었다.
◆ 백신으로 감염 못 막아..."수 십년 걸릴 수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크리스티나 페이글 의료 자료 분석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백신 접종 속도가 못 따라간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그는 "오늘 당장 모든 인구에 백신을 접종해도 효력이 나려면 2주를 기다려야 한다. 그 안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이 중증·사망률을 낮추는 데 여전히 효과적이지만 감염 자체를 막진 못한다면서 "시중에 나온 백신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감염 예방이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레스터국립병원의 줄리안 탱 박사도 "백신은 팬데믹을 끝낼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동의했다.
언제쯤 코로나19가 엔데믹이 될지 정확히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런던 위생·열대의학 대학원의 감염병 모델링 전문가이자 영국 정부 보건 자문인 그레이엄 메들리 박사는 "오미크론이 팬데믹 종식의 마지막 변이가 아니다. 다음 새로운 변이는 또 다른 특성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크 울하우스 에딘버러대학 전염병학자는 코로나19가 "진정한 엔데믹"이 되려면 유년기 때부터 여러 번 바이러스에 노출돼 성년이 되면 중증 감염으로부터 보호되는 자연면역이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말로 수 십 년이 걸린다. 현재 고령층은 앞으로도 감염에 취약할 것이고, 정기적으로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그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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