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의 1인 시위를 제지한 경찰의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민변 미군위)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광화문에 자리하고 있던 주한 미국대사관. 2021.06.24 yooksa@newspim.com |
재판부에 따르면 민변 미군위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하고자 2016년 2월 16일부터 같은달 29일까지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16일 첫 시위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1인시위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들이 이를 막았다. 이에 미국대사관 정문에서 약 20m 떨어진 한 건물 앞 인도와 광화문 광장에서 시위를 했다.
민변 미군위는 경찰공무원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1인 시위를 제지하고 밀어내 표현,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위자료 200만원과 지연손해금 지급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반면 경찰은 민변 미군위 소속 인원 2~5명이 공동 의견을 표명할 목적으로 한 장소에 모인 것은 1인 시위가 아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집회로 사전 신고 없이 진행할 경우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1인 시위를 했더라도 비엔나협약 제22조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를 둔 비례의 원칙에 부합해 위법한 행위라고 봤다.
원심 재판부는 "원고들은 2016년 2월 17일 이후로 1인이 구호를 외치면 동행한 나머지 1인이 촬영을 하는 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며 "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가 있다는 것 만으로 공관의 안녕이나 외교관의 신체를 침해한다거나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민변 미군위가 경찰공무원들에 의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인정하긴 부족하다"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데 대한 위자료를 1인당 20만원씩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 또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선고를 확정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민변 미군위 회원이 2017년 11월 1인 시위 방해와 관련해 제기한 진정에 대해 경찰의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한편, 민변 미군위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논평을 내고 "주한미국대사관 앞도 우리 주권과 국민의 기본권이 미치는 곳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해줬다"며 "경찰의 공권력 행사에 경종을 울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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