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들이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배형원 강상욱 배상원 부장판사)는 9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당시 청와대 안보비서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2019.03.18 yooksa@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대통령 기록물 관리 법률에 따라 생성, 보존돼 후세에 전달해야 할 역사적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해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사건 회의록 내용을 확인 후 문서관리카드에 서명을 생성하고 공문서 성립 의사를 표했다"며 "피고인들이 시스템에서 카드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기본 정보를 삭제한 행위는 헌법 141조 1항의 공용전자기록손상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전 비서관은 카드 삭제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노 전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해 작성한 내무보고의 데이터 베이스 분석 결과 행정관의 도움을 받아 문서관리카드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백 전 실장은 삭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이 작업에 수석 실장이 참여해 꼼꼼하게 검증 과정을 거쳐달라는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볼 때 조 전 비서관이 백 전 실정과 상의 없이 단독으로 기록을 삭제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07년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2000년도 남북정상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아 큰 불편을 야기한 전래가 있음에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며 장기간에 걸쳐 공직자로 성실히 근무한 점, 회의록 내용을 임의로 변경하려고 한 게 아니라 국정원에도 회의록이 보존돼 내용이 확인 가능한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백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삭제한 혐의로 2013년 기소됐다. 회의록 무단 삭제 논란은 2012년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으로 불거졌다.
1심과 2심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가 노 전 대통령 결재에 따라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문서관리카드 생산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명을 생성해 해당 카드를 공문서로 성립시키겠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조 전 장관은 법정을 빠져 나와 기자들과 만나 상고장 제출 의사를 묻는 질문에 "일단 판결문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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