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10년 전 적자에 허덕이던 변방의 반도체 기업은 이제 명실공히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반열에 올랐다. SK하이닉스 이야기다. SK하이닉스가 오는 14일로 SK그룹 편입 10주년을 맞는다. SK하이닉스의 10년 간 성장 과정은 '반전과 역전의 기록'으로 불린다. 앞으로의 10년은 또 어떤 역사로 기록될까. 뉴스핌이 SK하이닉스의 과거 10년을 짚어보고 미래 10년의 청사진을 살펴봤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2021년 매출이 42조997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8% 증가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조4103억원으로 147.6% 늘었다. 순이익은 102.1% 증가한 9조6162억원이다. 지난 2011년 1만9601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50% 이상 증가해 지난해 기준 3만명까지 늘었다.
괄목할 만한 성장이지만, SK하이닉스는 다시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앞으로 10년의 경영환경은 과거와는 상상 이상으로 다르며 그간 알고 있던 경쟁 법칙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적 성장 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을 확보하지 않고는 미래 10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 |
◆ '합종연횡' 시너지 키운다
우선 SK하이닉스는 SK스퀘어, SK텔레콤과 함께 'SK 정보통신기술(ICT) 3사 연합'을 구성하고 글로벌 ICT 플레이어들과 파트너링을 맺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이제는 '나홀로 생존 전략'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활용한 시너지 전략을 적극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SK ICT 3사는 반도체, 5G,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ICT 영역에서 ▲SK스퀘어의 혁신투자 ▲SK텔레콤의 5G·AI 기술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미래 혁신 기술을 지렛대 삼아 지속적으로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3사는 지난달부터 박 부회장의 주도하에 유영상, 이석희 사장이 참여하는 '3사 시너지협의체'를 운영하고 이다.
또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인사이드 아메리카(Inside America)'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한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이석희 최고경영자(CEO)를 수장을 세운 미주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최첨단 반도체 팹 4기를 신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이번 클러스터 조성에 따라 50여개의 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 입주 인력을 포함해 2만5000명 규모의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또 다른 축으로 파이낸셜 스토리 강화에도 경영활동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D램과 낸드의 양 날개를 탄탄하게 펼쳐 경제적 가치를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반도체 본질 '연구개발' 사활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 혁신으로 세계 일류 기술기업의 입지를 보다 탄탄히 다져나간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사업에서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HBM3 D램을 개발해 차세대 메모리 기술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으로 꼽힌다. HBM은 고성능 데이터센터에 탑재되고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 D램 [사진=SK하이닉스] |
지난해 12월에는 D램 단일 칩으로는 업계 최대 용량인 24Gb DDR5 제품의 샘플을 출하했다. 지난 2020년 10월 최초로 DDR5 D램을 출시한 데 이어 약 1년 2개월 만에 최대 용량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SK그룹 편입 이후 D램 대비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던 낸드플래시 솔루션 역량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12월 업계 최고층인 176단 512Gb TLC 4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1월에는 소비자용 SSD 제품 ▲Gold P31 ▲Gold S31을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해 소비자향 SSD 시장으로 사업 기회를 확장했다.
이외에도 미국 서부에 연구개발(R&D)센터를 신설해 24시간 연구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글로벌 R&D 24시 체제'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의 기술과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만큼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존에 없던 제품과 시장을 창조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R&D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기존 사업은 물론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차세대 메모리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개발에 대한 기초 투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박 부회장은 "향후 ICT 시장 다변화와 여러 기술 한계 속에서 어느 기업도 혼자서는 꿈꾸는 미래를 실현할 수 없다"며 "SK하이닉스는 이미 메모리 업계 중심으로 올라섰고 메모리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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