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다 같이 잘 살자'는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복리주의(복지주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공동부유론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에 나섰다.
"나라에서 다 해줄 테니 '탕핑(躺平·편하게 누워 있다)'하면 된다"거나 "가만히 기다리면 될 일"이라는 자조적 여론이 커지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복지주의로 가겠다는 것 아닌가"하는 해석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취업사 하쩡유(哈增友) 사장은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동부유론에 대한 사회 인식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두 가지 측면에서 공동부유론 개념을 명확히 했다.
먼저 공동부유는 '공동 분투'에 의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복한 생활은 '분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국민 전체의 성실한 노동과 합법적 경영·혁신 및 창업을 독려했다. 이와 함께 최선을 다하고 역량에 따라 공동부유를 추진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국가 상황 및 경제사회 발전 수준을 고려해 민생 보장 수준을 안정적으로 제고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 사장은 그러면서 "발전 수준에 있어 선진국과의 격차가 아직 크다. 경제 발전과 재력의 지속 가능성을 전제로 민생을 보장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발전 상황이 아무리 좋고 재력이 아무리 충분하더라고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거나 과도한 보장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 '복지주의'가 '게으름뱅이'를 양성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결연히 방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바이두(百度)] |
한편 공동부유론은 지난해 8월 열린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며 중국 사회의 화두가 됐다. 소득 불균형 심화가 사회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분배를 강조한 공동부유를 추진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의 공식 지니계수는 UN에서 설정한 기준치 0.4를 웃돌고 있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2020년 기준 중국의 지니계수는 0.47로 나타났다. 2008년의 0.49보다는 소폭 낮아진 것이다.
공동부유를 실현할 구체적 정책이나 방침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중국 당국은 '중산층'을 의미하는 이른바 '중등소득계층' 확대를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
중등소득계층 기준과 관련 전국정치협상회의 경제위원회 류스진(劉世錦) 부주임은 "연간 소득 10만~50만 위안(약 1888만~9442만 원)을 중등소득 가정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국가통계국 닝지저(寧吉喆) 국장도 앞서 "보통의 3인 가구 소득이 10만~50만 위안 수준이라고 할 경우 약 4억 명·1억 4000만 가구가 중등소득계층에 포함된다"며 "자동차·집 구매 능력과 여행을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로서, 이들의 소비 능력은 중국 경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 성장에 강력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 분배 구조를 가늠하는 데 있어서는 중산층 인구나 규모 보다 전체 인구 대비 비중을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8월 17일 열린 중앙재경위원회 10차 회의에서도 '중등소득계층 비중 확대'가 강조됐다.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14억 전체 인구 대비 중등소득계층은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개혁위원회는 현재 공동부유 실현을 위한 행동 요강을 제정 중에 있으며, 중등소득계층 확대를 위한 세부 방안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개혁위원회 취업사 창톄웨이(常鐵威) 부사장은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동부유 촉진 행동 요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등소득계층 확대 실시 방안을 제정하여 도농 주민의 보편적 소득 증대를 토대로 더 많은 저소득층이 중등소득계층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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