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한층 커지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 알루미늄,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네온(Ne)과 크립톤(Kr), 니켈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 글로벌 공급망 변동성을 더 커지게 하고 있다.
22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21일(현지시각) 기준 톤(t)당 2만4870달러를 기록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로 전기차 생산 확대로 인한 공급난을 겪으며 이미 지난해 25%, 올해 16% 가격이 치솟은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에는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광산업체 '노르니켈'이 있다.
[마힐료프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벨라루스 마힐료프에서 실시된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한 군인들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이들 앞으로 양국 국기가 세워져 있다. Sergei Sheleg/BelTA/Handout via REUTERS 2022.02.17 wonjc6@newspim.com |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전쟁 위기는 다른 것과 달리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수출이 중단되거나 제한돼 공급량 자체가 감소하게 된다"면서 "러·우 사태가 악화돼 원자재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배터리 생산이 중단돼 '제2의 자동차 반도체'로 귀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알루미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에는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단일 기업으로는 전 세계 최대 생산업체인 '루살(Rusal)'이 있다.
알루미늄 가격도 t당 3200달러를 넘기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 7월 11일(톤당 3380.15달러) 가격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랐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생산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희귀가스인 네온, 아르곤, 크립톤, 크세논 등의 주요 공급 국가이다. 특히 전 세계 네온 가스 용량의 거의 70%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 역시 네온과 크립톤, 크세논 품목의 우크라이나 수입의존도가 각각 23%, 30.7%, 17.8%에 달한다. 러·우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이들 수입 원자재의 수입단가 상승, 수급 차질 발생에 따라 수입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미국 주도의 수출 제재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업계의 관측도 있다. 우나라에서 러시아로 직접 수출하는 반도체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니켈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업계에서는 러시아가 실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침공하지 않더라도 현재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이에 따른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 폭도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제유가도 러·우 사태 여파로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 대비 빠르게 늘어난 수요 영향으로 이미 오르고 있던 유가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해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대(對) 유럽 석유·가스공급 차질이 일어나면 국제 에너지시장 불안, 가스대체 석유 수요 증가로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러·우 사태에 따른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는 이미 배럴당 90달러를 웃돌며 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러·우 사태로 국제 원유가격 및 천연가스 가격 단기 강세는 불가피하다"면서 "러시아는 글로벌 원유생산량의 12.6%, 천연가스 16.6%를 담당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 물량을 유럽으로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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