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현장에서 간접고용노동자가 차별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질병청이 정한 감염관리수당 제도상 의료기관 원 소속이 아니면 수당을 받지 못한다"며 "간접고용노동자를 배제한 질병관리청의 지침을 변경하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보건의료노조가 2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행위 진정 접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2.02.23 heyjin6700@newspim.com |
질병청은 지난 1월27일 '코로나19 감염관리수당' 지급과 관련한 지침을 발표했다. 코로나19 감염병 환자를 돌보는 보건의료인력과 보건의료기관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조치로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보건의료 인력을 비롯해 환자이송이나 소독·청소, 폐기물관리, 시설정비 등을 담당하는 보건의료기관 종사자가 대상이다. 직종별로 일 2만~5만원을 받는다.
문제는 '감염병의 방역·치료 등의 업무에 조력한 보건의료기관 종사자까지 재정적 지원을 한다'고 밝혔지만 의료기관 원 소속이 아닌 간접고용노동자는 제외된다는 점이다.
박영진 서울아산병원새봄지부 지부장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의료인과 함께 땀 흘리고 있지만, 간접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다"며 "대부분 병원은 청소, 미화, 폐기물관리, 환자 이송, 조리시설 등의 업무를 간접고용노동자에게 맡기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정부가 원청 소속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간접고용노동자를 제한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고용의 차별을 뛰어넘어 생명과 안전의 위험마저 차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코로나19 병실 환자를 청소하는 노동자, 확진자 병동에서 들어가 폐기물을 수거하는 노동자, 방호복을 입고 음압시설 등 각종 시설 정비를 하는 노동자 중 의료기관 원 소속일 때는 일 2만원의 감염관리수당을 받지만, 간접고용노동자는 지원대상에서 배제돼 한 푼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결핵 등 다른 감염성질환 병동에 출입하는 노동자들도 차별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금자 이화의료원새봄지부 지부장은 "결핵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감염 질환임에도 결핵환자 병동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과 바닥 청소를 하는 노동자들은 잠복 결핵 검사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역시 의료인이라는 조건과 의료기관 원 소속이라는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질병청 지침상 잠복결핵 검사 대상자는 의료법 제3조에 따른 의료기관 종사자로 기관에 소속된 기간 중 1회 실시하게 돼 있다. 의료인, 결핵환자를 진단하는 의료기사, 결핵환자의 간호나 진료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 등은 매년 잠복결핵 검사를 받는다. 이에 반해 간접고용노동자들은 검사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노조는 "의료기관은 주사 찔림 등 사고에 의한 감염, 공기 감염 등 언제든지 감염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라며 "감염성 질환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간접고용노동자들에게도 같은 의료기관 종사자로서 감염병 예방조치가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접고용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차별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차별"이라며 "차별 없는 사회, 산업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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