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말까지 최대 2%까지 추가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2.0%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있는 것과 관련해 "한은의 예상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도 올 한해 성장세, 물가 전망,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기준금리 수준을 기대할 텐데 기대의 바탕이 되는 여건의 흐름이 시장이 예상하는 것과 한은이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 수준으로 동결했다.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7명 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 총재는 재차 추가 인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 1.5%가 되는 것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며 "성장 흐름이 한은의 예상대로 가고, 물가 오름세도 높다면 지속적으로 완화정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 금통위원 다수의 의견이다"고 말했다.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대해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거쳐 선제적으로 금리 조정해온 만큼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대외여건 변화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향후 물가 흐름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앞으로의 금리 결정을 좌우할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면에서의 대응 필요성이 종전보다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통화정책에 있어서 고려할 요인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상당히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사실상 어떻게 전개되어서 영향을 줄지 우려가 커지는 게 사실이다. 공급 병목도, 원자재 가격 오름세도 생각보다 장기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대내외 여건 변화가 국내에 이어지는 경기 흐름을 크게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그렇지만 물가 측면을 보면 공급 측 외에 수요 측 요인도 커져서 물가 상승 압력이 생각보다 크게 확대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3.1%로 1.1%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예상대로 물가가 3%로 오르면 2011년(4.0%)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3%를 넘게 된다. 내년 물가는 1.7%에서 2.0%로 상향했다. 성장률은 올해 3%, 내년 2.5%의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물가전망이 큰 폭으로 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 총재는 '상방 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가 상당히 오름세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경기 회복도 작용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정학적 리스크로 예상보다 크게 확대돼 물가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공급 병목 현상이 우리가 봤던 것보다 더 늦어지거나 조기에 해소된다면 물가 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간다면 물가를 높이는 쪽으로, 원자재가 크게 오르면서 물가에는 큰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방 쪽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전이 어떻게 될지가, 여러가지 요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금통위는 이 총재의 임기 전 마지막 회의로, 오는 3월 말이면 임기가 끝난다. 시장에선 총재의 차기 인선과 대통령 선거 시점이 맞물리면서 총재의 공백기간이 길어질 것이란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총재의 공백기간이 없는 게, 최소화 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 바람직하다"며 "금통위는 의장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지장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금통위가 자율적‧중립적으로 우리 경제‧금융 상황을 종합적으로 계획해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곧바로 공백이 됐다고 해서 통화정책이 멈추거나 실기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대선 후보가 촉발한 '기축통화 논란'에 대해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설명하기에는 정치 이슈가 됐다"며 "제가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또 '원화가 기축통화가 될 것이기 때문에 국가채무 비율이 100%까지 올라도 문제없다는 대선 후보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시점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원화가 국제적으로 더 널리 통용되기 위한 조건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 경제의 기초 여건인 펀더멘털을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원화를 널리 통용되게 하려면 경제 인프라를 개선하고 외환 자유화에 대한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며 "그래야 원화의 경쟁력이 커지고 국제 결제 시장에서 사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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