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8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가 급등에 고공행진 중인 국내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가 급등,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정유사들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유가 상승으로 단기적으론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론 유가하락기에 재고평가손실로 손익이 맞춰지는 반면 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정제마진이 감소해 실적에 타격을 받게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이 지난주에 이어 5주 연속 상승하며 1700원대로 올라섰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지난주보다 26.6원 오른 리터당 1718.4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번 주 국제유가는 미국 석유 수요 강세,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20일 서울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1769원에 판매하고 있다. 2022.02.20 leehs@newspim.com |
2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2014년 이후 8년 만이다. 지난해 1월초 배럴당 50달러에서 2배 올랐다. 국내 유가도 급등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811원, 전국 평균은 1746원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20% 인하하면서 전국 휘발유 가격이 162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시 오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사태로 두바이유가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125달러, JP모건은 150달러를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 추가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외부에서는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사들의 배가 두둑해질 것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정작 정유사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고유가가 고수익으로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유4사 CI. [사진=각사] |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고유가가 꼭 좋지 만은 않다"면서 "유가가 오르면 단기적으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지만 유가 하락기에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해 장기적으로는 큰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가 오르면 수요가 위축되면서 공급 과잉으로 정유사 수익의 바로 지표인 정제마진이 감소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던 지난 2012년 정유4사는 일제히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과거에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그 상승폭보다 국제석유제품의 가격이 더 오르면서, 유가가 오를수록 정제마진이 상승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유가가 올랐지만 국내 정유사 휘발유 공급가의 기반이 되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복합정제마진이 하락하면서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2015년에는 반대로 국제유가가 급락했음에도 정제마진이 배럴당 6~8달러를 유지하면서 정유4사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유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때부터 국제유가가 오르면 무조건 제품가가 오르던 기존 패턴이 바꼈다"면서 "유가가 급등하면 셰일가스 등 대체에너지 개발, OPEC의 공급 증가 등으로 마진이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수요가 늘면서 정제마진이 개선되는게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유사들은 유가가 다시 상승한다고 해도 '석유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를 향한 산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정유사들도 지난해부터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사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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