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인 서초는 보수의 표밭으로 분류된다. 지역구별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 이래로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그런 서초에서 벌써 세 번째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있다. 바로 오는 3월 9일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서초갑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뉴스핌은 지난 25일 이 후보의 서초구 반포동 선거사무실에서 이 후보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서울 서초구갑 지역구에 출마한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후보 2022.02.25 leehs@newspim.com |
◆ '민주당 불모지' 서초에서만 3번 고배
이 후보는 방송작가로 일하던 1997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와 만났다. 연설팀에서 일하던 그때 김 전 대통령을 더 잘 알게 됐다고. 이후 9년 뒤 2016년 총선거에서 자신이 20년을 거주한 서초갑 지역구에 공천을 받아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당에서 저한테 선거에 나가달라고 했을 때 하루 만에 출마를 결심했어요. 민주당 불모지역에서 민주당의 가치를 알리고 싶어서요."
하지만 2016년 국회의원 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18년 서초구청장 선거까지 합하면 세 번이나 낙선한 셈이다. 서초의 민심은 좀처럼 이 후보에게 열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망설임 없이 당의 공천을 받아들여 출사표를 냈다.
이 후보는 "출마를 결정한 건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정책 오류에 대해 사죄하고 심판받아야 한다면 그건 제가 감내할 수밖에 없다. 지난 6년 동안 서초 지역에서 민주당 대표 선수로 제가 뛰었는데 상황이 불리하다고 해서 뒤로 물러나는 건 책임감이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고 몰매를 맞고 소나기를 맞더라도 모든 건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특히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게 목적이었으면 고향 전북 군산으로 가거나 민주당으로 당선될 만한 곳으로 갔을 것이지만 저는 민주당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선거를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벌써 서초에서만 네 번째 선거라 얼굴을 알아봐주는 주민들이 많다고.
"한 번 떨어져도 힘든 선거를 세 번씩이나 떨어지고도 계속 나오는 게 대단하다고 격려해주고 진정성을 알아주는 분이 많아요. '그동안 이정근 안 찍었는데 이번엔 찍으려고 한다', '이렇게 떨어져도 나오는 사람 여기 살면서 처음 봤다' 이런 얘기 해주시는 게 저한테는 큰 힘이 되죠."
이 후보의 꿈은 진영논리를 깨는 '얼음송곳'이 되는 것이다. 얇은 송곳으로는 절대 깨질 것 같지 않은 거대한 얼음도 계속 두드리고 파고들다 보면 어느 순간 깨진다는 것. 그는 "PK·TK에서 우리 당이 당선된 사례도 있고 이정현 전 의원처럼 전남에서 보수당 후보가 당선된 사례도 있다. 계속 얼음송곳으로 얼음을 두드리다보면 깨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게 제 역할이고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성난 부동산 민심…"172석 민주당 설득할 유일한 후보는 나"
민주당은 이번에 치러질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지역 내 두 개의 선거구 중 서초갑 지역에만 공천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주목도는 높지만 동시에 정권 심판론이 거센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라 부담감이 클 터. 특히 노후 아파트들이 많아 재건축 이슈에 누구보다 유권자들이 민감한 서초 지역이라 더더욱 그렇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서울 서초구갑 지역구에 출마한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후보 2022.02.25 leehs@newspim.com |
이 후보는 "피부로 와닿는 불만이 굉장히 크다. 문재인 정부가 잘한 일도 굉장히 많지만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유주택자, 무주택자 모두에게 불만을 제공한 건 사실"이라면서 "28번이나 정책을 손 봤지만 현실을 못 따라간 건 맞다"고 했다.
동시에 당선되자마자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은 과제도 종합부동산세 해결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윤희숙 전 의원의 '나는 임차인이다'가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회자됐지만 결국 법을 고치는 데는 0.1%의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앞으로 2년간 172석은 변함이 없을 텐데 서초의 민심을 가지고 가서 172석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서초 주민들은 그의 진정성에 동의하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여당 국회의원이 정부 정책에 반해 법안 개정을 추진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현재 민주당 지도부도 그렇고 이재명 대선후보도 1주택자에 대해서는 종부세도 완화해준다고 하고 있고 다주택자도 세액 구간을 조정해주겠다고 하는 등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높다. 제가 그 과정에서 서초 주민들의 의견을 잘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초에서만 네 번째 선거. 이 후보가 서초주민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마지막 말은 뭘까.
"2년만 저를 써봤으면 좋겠어요. 정말 서초에 필요한 게 부동산에 대한 해법이라면 172석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건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예요. 미워도 싫어도 저 이정근을 찍어주셔야 합니다. 합리적인 선택을 해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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