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 대사관의 현지 교민 대피·철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대사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사관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많은 중국인들이 이곳을 떠나 귀국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복잡한 업무지만 대사관은 긴박하게 교민 철수 업무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세기를 이용하려고 했던 당초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 현지에서 엄격한 항공 관제 조치가 시행 중이다. 항공 상에서 실시간으로 포격과 미사일 공격을 당할 수 있다"며 "전세기로 교민을 철수시키는 과정에서 위험에 맞닥뜨릴 수 있고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수준이다. 현 단계에서 전세기를 이용한 교민 철수 방안은 시행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그러면서 "대사관은 다른 철수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며 "안전 조건만 갖춰지면 즉각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체는 대사관이 교민들과 다른 방식으로 우크라를 떠나는 방법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일부 교민들이 직접 차를 몰고 우크라이나 접경 국가인 폴란드·슬로바키아·헝가리 등으로 철수하고 있다며, 서쪽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출국의 어려움이 크지만 우크라와의 협조를 통해 교민들이 순조롭게 출국할 수 있도록 협조 중이라는 게 대사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 우크라이나 중국 대사관은 그 동안 현지 교민에 안전 의식 강화 등을 당부했을 뿐 철수나 대피 명령은 내리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침공이 본격화한 데 더해 우크라이나 내 반중 정서가 커지면서 현지 교민의 안전 확보 어려움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사진=바이두(百度)] 인민망(人民網) 공식 SNS 계정에 '중국 유학생, 일부 우크라이나 매체가 거짓 소식을 살포 중'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현지 유학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다수 매체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다'는 허위 사실을 살포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주민의 현지 중국인에 대한 반감의 목소리 및 행동이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중국이 '기권'표를 던진 이후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 보도가 잇따르면서 현지 반중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微博) 등에서 일부 누리꾼들이 우크라이나 여성 피란민을 대상으로 "나에게 시집 와라, 중국에서 살자" 등의 발언을 남겼고, 이것이 여러 언어로 번역돼 퍼지면서 우크라이나 여성을 조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반중 정서를 키우고 있다고 홍콩 명보(明報) 등이 보도했다.
반중 정서가 확산하자 해당 게시물들은 해외 반중 매체들이 중국의 분열을 조장하고, 중국인들과 우크라이나인들의 대립을 유발하며 현지 중국 교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기 위해 만든 것들이라는 반박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주 우크라이나 중국 대사관은 지난 26일 새벽(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을 고려해 현지인과 우호적으로 지내고, 사소한 문제로 다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중국인) 신분을 함부로 드러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당초 24일 현지 교민에게 "중국 국기를 몸에 부착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에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주 우크라 대사관이 '도망'을 쳤다는 게시물도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우크라 대사가 직접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사진=인민일보(人民日報)] 판셴룽(範先榮) 주 우크라이나 중국 대사는 현지 시간 26일 공식 SNS에 올린 '재 우크라이나 중국 동포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중국 대사관은 영원히 우리 동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주 우크라이나 중국 대사관은 26일(현지 시간) 공식 웨이보에 '재 우크라이나 중국 동포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제목으로 판셴룽(範先榮) 대사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판 대사는 영상에서 "일부 중국 동포들이 대사관에 전화를 해서 '우리 대사가 이미 도망갔다고 한다. 사실이냐'고 묻는다"며 "오늘 나는 여러분과의 영상을 통한 만남에서 여러분들께 직접 보여주고자 한다. 중국 대사는 아직 키예프에 있다. 이곳에서 수많은 동포와 함께 이곳의 특수하고 어려운 시간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 대사는 그러면서 "나는 분명하게 말하고자 한다. 중국 대사가 자신의 동포를 포기하고 신경쓰지 않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중국 대사의 풍격이 아니고 중국 공산당원의 풍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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