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한화생명이 올해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부터 바뀌는 새 회계제도(IFRS17)에 대비해 자본금을 쌓기 위한 조치다. 채권 재분류와 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무배당까지 결정하자 업계에선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구조상 역마진 부담이 당분간 이어지는 데다 자본확충 대안도 제한적이라 IFRS17 대응이 빠듯하다는 전망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2021년 회계연도 기준에 따른 결산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화생명이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은 2010년 상장 후 처음이다. 2016년 주당 180원을 배당한 후 실적 악화로 배당금을 줄여왔지만 배당을 멈춘 적은 없었다.
한화생명 63빌딩. (사진=한화생명) |
특히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내 시장 기대감이 높았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연결기준 1조24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1조 클럽에 들었다. 전년 대비 5배 이상 급증한 실적이다.
무배당을 결정한 것은 내년 시행을 앞둔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대응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새 제도에선 자본건전성 정책이 강화돼 자본금 확충 부담이 커진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회계처리상 기타자본이 감소해 배당가능 이익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강화된 제도에 따라 자본 유출을 최소화해 건전성을 제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화생명은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RBC비율은 184.6%로 전년 238.3% 보다 53.7%포인트(p) 급락했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한 번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150% 이상이지만 업계 1위인 삼성생명(305%)과 격차가 커졌다.
최근 채권재분류를 단행하고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도 RBC비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올 초 한화생명은 매도가능채권의 절반 가량을 만기보유채권으로 옮겼다. 중간에 팔 수 있는 채권을 만기까지 갖고 있는 채권으로 회계상 재분류한 것이다.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이 하락해 매도가능채권의 평가이익은 줄어든다. 보험사가 당장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이 줄어드는 셈이어서 RBC비율에 부정적이다. 반면 만기보유증권은 평가손익을 인식하지 않는다.
지난달 말에는 7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을 발행해 자본을 늘린 것이다.
여기에 배당까지 멈추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쟁사 대비 역마진 부담이 커 IFRS17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고금리 시절 판매한 6% 이상 고금리 확정형 상품 비중이 높아 역마진 규모가 크다.
자본확충 방안도 제한적이다. 채권재분류로 RBC비율을 방어했지만 내년부터는 재무건전성 지표가 RBC에서 K-ICS로 바뀐다. 채권발행으로 가용자본을 높일 수 있지만 금리상승기라 비용부담이 따라온다. 역마진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고 금리는 외부 요인이라 대응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IFRS17에선 채권 재분류에 의해 지급여력비율이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자본확충 방안이 필요하다"며 "채권발행시 보완자본으로 자기자본을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도 "보장성 신계약이 역성장에 노출되어 있고 부채 구조를 감안할 때 IFRS17 전환시점에 여유로운 환경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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