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국내 건설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각종 자재가격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공사비 인상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최근 전국 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전국 100대 건설사와 일부 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계약 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계약단가 조정 불응 시 단체행동을 취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1일부터 정부가 공동주택 기본형 건축비를 2.64% 인상키로 하면서 건설업계는 현재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역에 해당 내용이 담긴 공문을 각 조합에 발송할지를 놓고 내부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2022.03.03 ymh7536@newspim.com |
◆ 치솟는 원자재값, 전국 40여곳 건설현장 '셧타운'
4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시멘트 핵심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지난해 12월 3일 기준 t(톤)당 129.44달러(한화 약 15만원)에서 지난달 25일 199.55달러로 불과 3개월 사이에 54% 넘어 상승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체 유연탄 수입의 75%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유연탄의 수입이 중단되면서 유연탄 수입이 사실상 막히면서 원자재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유연탄은 시멘트의 생산원료로 시멘트 1톤을 생산하는데 0.1톤 가량의 유연탄이 필요하며 시멘트 생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철근콘크리트 하도급 업체들이 공사대금을 늘려달라며 전국 30여개 건설현장에서 골조 공사를 중단했다.
공사 중단은 지난달 18일 철근콘크리트연합회(철콘연합회)가 전국 100대 건설사와 일부 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계약 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계약단가 조정 불응 시 단체행동을 취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이후 보름 만에 진행됐다.
철콘연합회는 폭등한 건설자재 가격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협회는 골조 공사에 들어가는 철물과 각재·합판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3~8월 계약분) 대비 각각 50% 상승했다. 기타 잡자재도 40% 올랐다. 인건비도 형틀 재래식(15%), 알폼 시공(30%), 철근 시공(10%) 등의 인상률도 두 자릿수다.
고철 가격은 일년새 50%가량 상승했다. 국제 고철 스크랩 가격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t(톤)당 68만원을 넘어섰다. 현대제철의 철근 기준 가격도 지난해 1월 톤당 70만원 선에서 현재 99만1000원으로 30만원가량 올랐고 다음 달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건비 역시 상승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외국인 입국이 감소하면서 임금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골조 공정에서 국내 노동자가 꺼려하는 지상층 작업 대부분 외국인 인력이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작업 단가가 ㎡당 4200원이었지만, 현재는 6000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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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분양가 또 오른다…기본형 건축비 2.6% 상승
원자재값 상승은 기본형건축비에 반영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1일부터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분양가 산정 기준인 기본형건축비를 2.64% 인상했다.
이에 따라 ㎡당 건축비 상한금액(16~25층 이하, 전용면적 60~85㎡ 이하 기준)은 178만 2000원에서 182만 9000원으로 조정된다.
기본형건축비는 공사비 증감 요인을 반영해 매년 두 번(3월 1일, 9월 15일) 고시된다. 지난해 9월에는 3.42%로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토부는 이번 고시에서 건설자재 가격과 노무비 변동 등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상승 요인별로 경유(7.03%)와 철근(13.51%), 합판(14.98%) 등 주요 자재가격과 콘크리트공(2.61%), 형틀목공(1.98%), 내선전공(1.70%) 등 노무비 상승에 따른 직접공사비 상승분이 1.63%포인트(p)로 높았다. 이와 연동된 간전공사비 상승분은 0.79%p였다.
개정된 고시는 이달 1일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 기본형건축비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분양가격(택지비+택지 가산비+기본형건축비+건축 가산비)의 산정 시 활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제 분양가격은 분양 가능성, 주변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되기 때문에 실제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은 기본형건축비의 인상분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건설업계는 인상분을 반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2013년 3월부터 해마다 기본 건축비를 1~3% 내외로 상향했다. 이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 등의 분양가격이 최대 100만~300만원 가량 승했다.
실제 지난해 1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의 경우 기본형 건축비가 3.3㎡당 가산비가 834만 원으로 기본형건축비(634만원)보다 200만원 많다.
◆ 인상분 반영 놓고 건설사‧조합간 '신경전'
건설업계는 공사비 인상을 놓고 골머리는 앓고 있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조합 설립과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공사비 문제로 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9월 시방배6구역 주택재건축 조합은 공사인 DL이앤씨를 해임했다. 당시 DL이앤씨는 조합측에 원자재값과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조합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공사인 DL이앤씨에 '공사계약 해지' 통보를 보냈다.
재건축 최대어로 불리는 강동구 둔촌주공 역시 공사비 문제로 시행사측과 조합원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로 구성된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에 공사비 증액분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시공단 측은 2020년 사업 수주 당시 공사비는 2조6000억원 수준이었지만, 그해 6월 공사비를 3조 2000억원대로 증액하는 내용의 계약을 이전 조합과 체결했다.
조합은 증액분 약 5200억원에 달하는 증액분을 놓고 현재 시공단과 조합원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값 상승률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건축비 인상으로 인해 올해 정비사업을 수주하는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서울과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조합들이 높아진 공사비로 인해 시공사 선정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 단체와 하청업체들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상승될 경우 각 사업장의 공사 진행률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일부 지역의 경우 강성노조의 파업과 공사 방해로 인해 공정률이 늦춰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