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증시가 2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한 가운데 보기 드문 강세를 연출한 종목들이 있다. 바로 '중러 무역' 테마주다. 국제 사회의 대러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중립적 입장'을 지향하고 있는 중국이 러시아와의 '정상적 교역'을 강조한 것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전 거래일인 3일 A주 중러 무역 테마주들은 급등세를 보였다. 섹터 내 14개 종목이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한 것에 힘입어 관련 종목들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중러 무역 섹터는 8.35% 상승했다.
이날 상한가를 기록한 14개 종목 중에서도 금주항만(600190)의 상승세가 특히 눈길을 끈다. 금주항만은 식량과 광석·유류품·철강 등을 주로 취급하는 해운 업체다. 만저우리(몽고와 러시아 국경 인접 도시)를 경유하거나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광저우를 오가는 중러 간 콘테이너 해운·철도 노선을 구축하고 있다.
금주항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5일부터 3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이 중 3거래일은 개장과 함께 상한가를 달성했다. 금주항만의 최근 5거래일 누적 상승률은 무려 61.32%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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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러 제재 반사이익 "중러 교역 강화 기대"
중러 무역 테마주들의 강세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강화한 데 따른 반사이익으로 중러 간 교역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 7개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금융제재를 시행하기로 한 데 이어 항공·미디어·스포츠 등 영역으로까지 제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 제재에 대한 반대 의사를 거듭 밝히며 러시아와 정상 교역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금융당국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궈수칭(郭樹淸) 주석은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금융제재에 찬성하지 않고 특히 일방적인 제재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제재 효과가 좋지 않은 데다가 법리적으로도 그다지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궈 주석은 그러면서 "우리는 이러한 제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관련측과 계속해서 정상적인 무역 왕래와 금융 거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 왕원타오(王文濤) 부장(장관) 역시 하루 앞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정상 무역을 촉진하길 바란다"며 "러시아와 정상 무역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교역 규모는 안정적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전년 대비 35.9% 늘어난 1468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러시아의 대중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22% 늘어난 680억 2887만 달러,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32.38% 증가한 726억 7562만 달러를 기록했다.
양국은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의 최대 에너지 수입국이자 제2대 원유 수입국, 최대 전력 수입국이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3342억 9000만 위안(약 64조 원) 어치의 에너지 제품을 구입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7% 이상 늘어난 것으로 러시아로부터의 수입 총액 대비 65.3%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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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 사태, A주 영향 제한적
한편, 중국 다수 전문가들은 우크라 사태가 A주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대표적으로 둥씽(東興)증권은 최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더욱 격화할 확률이 높지 않다면서 ▲전쟁이 빠른 시일 내에 종료되었을 경우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두 개 상황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먼저 전쟁이 단기 내에 종식될 경우 A주가 단기적 하락 후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둥씽증권은 예측했다. 또한 설사 교착 상태에 빠진다고 해도 중국 경제에 직접 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중러 간 교역 및 해외 자본의 안전 시장(중국·미국) 유입을 촉진할 수 있어 A주가 받을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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