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망 이용료 지급의무'를 두고 콘텐츠 제공사업자(CP)인 넷플릭스와 인터넷 제공사업자(ISP) SK브로드밴드의 법정 공방 2라운드가 시작됐다.
서울고법 민사19-1부(정승규 김동완 배용준 고법판사)는 16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등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넷플릭스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넷플릭스 측 대리인은 "넷플릭스가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고를 거쳐야 한다"며 "원고와 피고가 서로 협력해서 콘텐츠 전송을 효율적으로 하는 등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지만,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이용자들에게 가는 길목을 독점하며 금전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각종 압축 인코드 기술 등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오픈 커넥트 얼라이언스(OCA)를 통해 콘텐츠 이용자들이 가입한 착신 ISP에 직접 연결함으로써 트래픽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피고는 OCA와 같은 합리적인 대안이 있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을 원고에게 전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측은 "망 이용대가를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면 소수의 대형 CP만 살아남을 것이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스타트업 CP의 출연이 봉쇄될 것"이라며 "인터넷 망의 품질과 가격 경쟁이 제대로 작동해야만 이용자들도 다양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 측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 대리인은 "SK브로드밴드는 기관 통신 사업자로서 상당한 투자를 해서 인프라 망을 구축·관리하고 있고 CP들에게 이용권한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상법상 당연히 유상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당이득 주장에 대해서도 "애플 TV나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CP들도 국내에 들어와서 망 이용료를 지급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CP든 콘텐츠 이용자든 똑같이 ISP를 중심으로 한 돈을 내는 이용자의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OCA는 국내에 있는 SK브로드밴드 기지국 안에 인터넷 데이터 시설을 넣겠다는 의미"라며 "기지국 내에 서버가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임대료와 서버를 이용하는 전기요금 등 국내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 18일 열리는 다음 기일에서 넷플릭스가 실제 망을 이용하는 부분에 대한 물리적·기계적 설명과 함께 망 이용 당사자 사이의 합의 여부, 국내 및 해외 CP로부터 이용료를 받는 근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해줄 것을 양측에 요구했다.
앞서 넷플릭스 인코퍼레이티드는 지난 2016년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망을 이용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트래픽이 증가하자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측에 망 증설·운영·이용 비용을 분담하거나 대가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넷플릭스 측은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에게 인터넷 연결 및 연결 상태에 대한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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