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디지털 혁신, 저탄소 산업구조 전환 등 급속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선제적 사업 재편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사모펀드 시장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발표한 '사업 재편 활성화를 위한 사모펀드 시장의 과제 보고서'에서 사모펀드 시장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술기업 투자 전문 메가펀드를 육성해야 하며, 해외투자전용의 기업주도형 사모펀드를 조성하고 관련 펀딩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한상의는 중소기업과 사모펀드와의 협업지원을 늘리고, 사모펀드의 리스크 관리 능력과 ESG 역량를 강화하는 동시에 업무집행사원 관련 정보 공개가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은 디지털 중심의 경영 전환을 통해 성장 동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반면, 디지털 중심의 산업 구조에 적응하지 못 하게 되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탄소중립 전환 시대에 탄소 다배출 산업의 기업은 탄소 저배출 산업으로 전환하지 못하거나 친환경 기술 역량을 확보하지 못 하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상의는 사모펀드를 통한 시장친화적인 사업 재편 활성화를 강조했는데, 이는 사모펀드가 기술기업에게 성장자본을 공급하고, 경영권을 통해 피투자기업의 경영 개선 및 M&A를 주도해 시장 중심의 사업 재편을 활성화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측은 "사모펀드 제도 개편으로 10% 의무 지분투자 규정과 사모대출 불가 규정이 폐지됨에 따라 기업의 사업재편에 대한 사모펀드의 참여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사모펀드의 사업 재편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과제가 놓여 있다"고 했다.
신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평균 약정액 및 수 [자료=대한상공회의소] |
이에 대한상의는 우선, 글로벌 수준의 메가펀드를 육성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메가펀드는 기술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대규모 자금을 운영하는 사모펀드로서 기술기업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10억 달러 이상의 메가펀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규모가 소형화되는 추세이며 기술기업 투자에 특화된 대형 사모펀드도 없어 글로벌 추세를 따르지 못 하는 상황이다.
대한상의 측은 "국내 기술기업의 사업 확장, 해외진출, M&A 등을 위해 글로벌 수준인 1조 원 이상의 메가펀드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정부가 기술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를 조성한 후 대규모 민간자금을 유치하고, 이 펀드를 통해 성장잠재력이 큰 기술기업에 대해 대형 투자를 실시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어 국내 기업의 해외 기술기업 인수를 위해 해외투자전용의 기업주도형 사모펀드도 필요하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첨단산업 분야 기업은 메가펀드를 통한 대규모 투자와 대형 M&A로 시장을 선점하고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기술역량 강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해외 기술기업을 인수할 필요가 있으나, 개별기업의 자금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막대한 자금이 드는 해외 기술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선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주도형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기업의 사모펀드 운용은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일반지주회사는 기업주도형 사모펀드인 기업형벤처캐피탈(CVC)를 설립할 수 있으나 투자대상이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등으로 한정되고, 해외투자는 총자산의 20%, 외부자금조달 한도는 펀드 조성액의 40%로 제한돼 있어 대형 M&A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대한상의 측은 "해외투자전용의 기업주도형 사모펀드에는 외부자금조달한도를 적용하지 말고 국내외 자금 유치 규모를 키워 글로벌 수준의 메가펀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외에도 대한상의는 중소기업과 사모펀드와의 협업 지원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고, 사모펀드의 리스크 관리 능력 및 ESG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업무집행사원(GP)의 정보공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훈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 및 저탄소경제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기술집약적이며 기술친화적인 기업으로의 전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며 "국내에도 기술기업 투자 전문의 메가펀드를 조성하고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와 M&A를 늘려 중소기술기업의 성장과 기존 기업의 친기술기업으로의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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