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형 정연우 기자 =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최종 결정되면서 허위·미끼 매물 등 고질적 병폐를 없애고, 시장 전반의 신뢰도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동안 첨예한 갈등을 이어온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가 상생하기 위해선 향후 사업조정 과정에서 시장점유율 제한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중고차매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다만 심의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논의를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
이날 심의위에서 대기업 시장점유율 제한 등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으면서 향후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는 사업조정을 두고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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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매매업은 지난 2013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했다. 2019년 2월 지정 기한이 만료되자 중고차업계는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달라"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다시 신청했다.
중고차업계가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은 주된 이유는 독과점 우려 때문이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중고차 시장에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진출하면 소상공인들이 줄줄이 문을 닫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중고차업계 곳곳에선 현대차·기아 등이 신차 시장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중고차 시장까지 잠식할 것이라며 생계 위협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 7일 현대차가 인증중고차 및 시장점유율 제한을 상생 협력안으로 제시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였다. 현대차는 당시 중고차 사업 방향을 공개하며 인증중고차 중 5년·10만㎞ 미만의 차량을 제한적으로 거래한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점유율의 경우 올해 2.5% 상한선을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자체적으로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업계 안팎에서도 완성차업체들이 인증중고차만 취급하고 시장점유율을 제한할 경우 실제 점유율이 높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현재 판매 실적을 바탕으로 중고차 시장 개방 시 2026년 현대차·기아와 한국지엠·쌍용차·르노삼성차 등 국내 5사의 시장 점유율은 최소 7.5%~최대 12.9%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정거래법은 1개 기업의 특정 품목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기업의 점유율이 75% 이상인 경우를 독과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각종 불법행위가 줄어들어 시장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에서는 허위·미끼 매물과 과도한 수수료 등이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왔다. 그러나 이번에 중고차 시장이 개방되면서 소비자 선택권 확대는 물론이고, 시장 투명성 제고 및 잔존가치 평가 체계화 등을 통해 시장 전반에 걸친 신뢰도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대기업 진출로 중고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부품 산업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중고차가 상품화 과정을 거치면서 부품 및 소모품 교체가 발생하게 돼 결국 부품 산업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중고차업계에서도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대체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이 제시한 자체 제한 약속이 지켜진다면 경쟁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다. 케이카 관계자는 "현대차가 들어오면 중고차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오히려 '윈윈'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케이카는 온라인 이커머스를 강화하는 등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심의위에서는 일단 적합, 부적합 판단만 내리는 것이고 앞으로 사업조정을 하게 된다"며 "현대차에서 지난번 시장점유율 제한을 발표하면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만든 3, 5, 7, 10% 기준보다 타이트한 기준을 발표했기 때문에 그 수준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앞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해 상생을 위한 중재에 나섰으나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당시 위원회는 250만대 중고차 거래를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매년 3, 5, 7, 10%의 비율로 점차 증가해 4년차에 최대 10%까지만 완성차업계가 진출하는 협력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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