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작년에 요소수 때문에 백방으로 뛰어다닐 때도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이 악물고 일했는데 기름값까지 치솟으니 어떻게 살지 정말 막막합니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까지 연일 고공행진을 하면서 화물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으로 직격탄을 맞은 화물 노동자들은 유가 인상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에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 급등으로 화물운송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했음에도 화물 운송비 부담이 화물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화물 노동자의 유류비 지출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3월과 비교했을 때 5톤 이하 화물차의 한 달 유류비 지출은 64만원, 12t 이상은 175만원, 25t은 250만원 가까이 증가했다.
노조는 "화물운송 비용은 유가 급등으로 급격히 상승했는데 화물 운송료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모든 비용이 화물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화물 노동자의 소득은 대폭 감소하고 있다. 운송료 인상 없이 지출 비용(유류비)만 증가해 소득이 감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화물 노동자의 평균 월 순수입이 약 342만원인데 경유가 인상으로 100만~300만원 가까이 증가하게 되면서 사실상 수입이 0에 수렴하게 된다"면서 "1900원 수준까지 인상된 현재 유가가 지속된다면 운행할 수록 적자가 발생해 운송을 포기하는 화물노동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름값 폭등에 따른 화물노동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3.21 kilroy023@newspim.com |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전국 주유소 경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192.5원 오른 L당 1902.5원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경유 가격은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일 국제유가 인상에 따르면 유류비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달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오는 7월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류세를 인하하더라도 유가 보조금(경유 L당 354.54원)과 연동돼 삭감되기 때문에 화물 노동자들에겐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한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운행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화물노동자들은 계약해지가 두려워 할부금을 못 내 차를 뺏길까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며 "연료 소비가 많은 장거리 운송 차량은 이미 멈추기 시작했고, 시내를 달리는 일반 차량도 조만간 스스로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 화주의 화물노동자 운임 인상, 유가 연동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 운임제 확대, 화물 노동자 생계 대책이 포함된 고유가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박재석 화물연대 사무처장은 "정부는 작년 11월 요소수 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늦장 대처로 많은 화물 노동자의 고통과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며 "화물 노동자의 위기가 목 밑까지 차올랐는데도 정부와 화주가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면 화물연대는 생존권 쟁취를 위한 전면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filt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