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92 가득 채우면 빛더미에 앉고, 95가득 채우면 가산 탕진하고, 98 가득 채우면 삼대가 빛에 허덕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면서 주요 원유 수입국중 하나인 중국에서도 자동차 휘발유 가격이 급등, 자동차 기름넣기가 무섭다며 마이카족들이 과장을 섞어 털어놓는 얘기다. 구이저우(貴州)성의 중국인 친구는 '러시아 우크라 충돌' 이후 자동차 휘발유값이 치솟으면서 인터넷에 유행하는 얘기라며 그중 몇 구절을 웨이신으로 전달해 왔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원유가 상승 압력을 받아 3월 17일 휘발유값을 톤당 750위안 올렸다. 중국은 휘발유를 품질에 따라 92호 95호 98호로 나눠 판매하는데 17일 이후 가격이 6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내 대부분 도시의 92호 자동차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8.6위안 내외 까지 치솟았다. 95호 휘발유 가격은 기본적으로 이미 리터당 9위안 시대 진입했다. 2016년 이래 상승폭이 최대에 달할 전망이다. 92호 기준 자동차 휘발유 가격의 리터당 9위안대는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저항선인데 이미 9위안대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의 휘발유가격 인상은 2022년 들어 이미 5번째다. 마이카족들은 자고나면 오른다며 치솟는 휘발유 값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구이저우성 친구는 전에는 매번 200위안 어치만 주유했는데 수시로 가격이 올라 요즘엔 가득 채우는게 습관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달 주유 비용이 10% 넘게 올랐다며 더 오르면 차를 놔두고 대중 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해야겠다고 말했다.
영업상 자동차를 많이 이용하는 베이징 왕징의 한국인 교민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다. 이 교민은 기름 값과 주차비 등의 명목으로 차량 이용 비용을 한달에 3000 위안 정도 지출해왔다. 이 교민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영업 상황이 악화된데 반해 거꾸로 지출은 늘어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도시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중국에는 요즘 소득 7000위안 내외만 되도 마이카 족인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휘발유 값이 거의 매일이다 시피 뛰어오르는 것은 일반인들에 생계에 적지않은 부담이다.
코로나19도 그렇지만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러시아는 왜 전쟁을 일으켜가지고...'. 가정 경제에 직접적 영향이 미치자 당초 러시아를 옹호하고 우크라이나를 비난하던 중국인들 중에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이런 푸념을 털어놓는 이들도 있다.
차량들이 주유소 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휘발유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와중에 신 에너지 전기차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우크라 전쟁으로 초래된 유가 상승은 전기차 회사들에겐 뜻밖의 복음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요즘 처럼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테슬라 전기차 운전자는 종전 휘발유 차를 탈 때와 비교해 연간 4000 위안 정도의 비용을 아낄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휘발유 값 상승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자 전기차 업계에 가격 인상 바람이 태풍처럼 불어닥쳤다. 신 에너지 차 회사들이 줄줄이 판매 가격을 인상하고 나선 가운데 테슬라와 비야디, 샤오펑, 웨이마 등 주요 전기차 가격은 3월들어 7000위안~2만 위안 올랐다.
2022년 1~2월 중국 신 에너지 자동차 판매량은 동기 대비 1.5배나 증가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 통계는 1~2월 신 에너지 차량 점유 비중이 17.9%에 달했다고 밝혔다. 2022년 중국 전기차 시장은 시장규모나 점유율에서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