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상의 모델이 일본인이라고 주장한 인터넷 매체 대표 등에 대해 법원이 조각상 작가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배상 판결을 내렸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단독22부(황순교 부장판사는)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부부가 모 인터넷 매체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이 각각 700만원, 500만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게시글 등으로 원고들의 명예가 상당히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 부부가 일본인 노동자 사진을 모델로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했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어떠한 구체적인 근거가 있다기보다 추측에 불과한 것으로 나아가 공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에 대한 모욕적 표현이 포함된 점, 피고들의 위법 행위가 반복적·지속적으로 이뤄져 앞으로 이같은 행위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김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 부부가 노동자상 작가인 줄 몰랐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해선 "김씨 부부가 이 사건 노동자상을 제작한 조각자들이라는 내용이 신문 등에 널리 보도돼 간단히 정보 검색만 해보더라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고들이 올린) 게시글 등에서 원고등이 피해자로 충분히 특성됐다"고 반박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일본 단바망간기념관에 세워진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노동자상. 2022.03.22 filter@newspim.com [사진출처=민주노총] |
노동자상 모델이 일본인이라는 주장의 허위 여부에 대해서도 "교과서 등에 실린 일본인 노동자와 노동자상은 야윈 체형과 상의 탈의 및 짧은 하의 옷차림 외에는 별다른 유사점을 찾기 어렵다"며 "이런 유사점은 강제로 동원돼 힘든 삶을 살던 노동자를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형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들은 이 사건 각 게시글 등으로 김씨 부부의 명예를 훼손해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가했다"며 "김씨 부부가 입은 손해에 관해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자료 산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씨 부부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의뢰를 받아 지난 2016년 8월 일본 교통 단바망간기념관에 노동자상을 처음 설치했다. 이후 노동자상은 양대노총과 시민단체의 주도로 서울 용산역 앞, 제주 연안여객터미널 앞, 부산 일본 총영사관 인근 등에 차례로 세워졌다.
그러나 피고들은 김씨 부부가 일본인을 모델로 노동자상을 만들었다는 내용을 인터넷 사이트나 페이스북 등에 게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8월 페이스북에 '징용노동자상은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을 모델로 한 것이다. 속지마라'고 게시했고, 같은해 5월에는 '(노동자상의 모델은) 일본인이며 일본인으로 밝혀진 징용상은 모두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김씨 부부가 '반일종족주의' 공동 저자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을 상대로 낸 동일한 취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씩 지급하라"며 김씨 부부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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