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독자 대북제재 부과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집중 제재로 맞서면서 지난 3개월간 20건을 넘겼다.
2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관련해 첫 독자 제재를 부과한 건 지난해 12월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2.02.16 |
당시 미국 재무부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이유로 리영길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등 9개의 기관과 개인 등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목록에 올렸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한다며 올해 1월 중국과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북한 국적자와 러시아인과 러시아 회사 등 8건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고, 이달에는 5건의 제재를 추가했다.
취임 이후 1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던 독자 대북제재가 지난 3개월간 22건이나 쏟아지면서 북한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독자 제재 명단에 등재된 북한 관련 제재 대상도 527건으로 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가속화된 2017년에서 2018년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이전 시점까지 200여 건의 제재를 부과하며 대북제재 대상을 크게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면서 제재 부과 횟수와 대상이 눈에 띄게 줄었고 바이든 행정부도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미국의 독자 제재가 중단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를 부과한 개인과 기관은 13건에 불과했으며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20년에는 26건에 그쳤다.
따라서 지난 3개월 동안 20여 건의 제재가 부과된 건 한층 고조된 워싱턴의 대북 압박 기류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가 단기간 내 20여 건의 대북제재를 부과한 건 2018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하루 동안 선박 28척과 운송회사 등 50여 곳에 대한 대규모 독자 대북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가 최근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지난 1월 독자 제재 발표 당시 제재 대상자들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 중국 선양, 다롄 등에서 활동하며 북한의 미사일 관련 물품을 조달한 개인과 기관들로, 이들에게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한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 13382호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이달 발표된 세 번째 독자 제재에 대해서도 북한의 무기 부품 조달 행위에 조력한 러시아 국적자 2명과 러시아 회사 3곳을 제재 명단에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당시 조치와 관련해 "북한의 고조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이자 지역 안정과 국제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을 제한하기 위해 기존 제재를 계속해서 이행하고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제재가 더 가속화되고 대상도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22일 VOA에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회사와 개인, 은행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유엔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유엔 제재 회피 노력을 지적하고 있고 우리는 또 김정은 정권이 미국 제재를 위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할 일이 더 있고 더 행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와 달리 각국이 미국의 독자 제재를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제재 대상자들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는 것은 물론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금지되면서 사실상 국제무대에서 퇴출당하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또 제재 대상자와 거래를 하는 개인과 기관들은 '세컨더리 보이콧', 즉 미국의 2차 제재를 감수해야 하는 위험성도 따른다.
미국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북한과의 거래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다수의 대통령 행정명령을 근거로 개인과 기관 등에 독자 제재를 부과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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