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북한이 25일 오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하자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신속 보도했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 반응이었다. 약 5년 만의 ICBM 시험발사이자 크기는 초대형에 사거리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어서다.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 |
◆ 北, 바이든 정부 당혹케 하기 위해 ICBM 발사
24일(현지시간) US뉴스는 '바이든이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에 집중하는 사이, 북한이 미국 도달이 가능한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다'란 제하의 기사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기술을 시험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 시험발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유럽 순방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나와 백악관으로부터 이전과 사뭇 다른 날선 반응이 나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외교의 문을 닫진 않았지만 북한은 불안정한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기존과 다른 레토릭(rhetoric·수사)이어서 주목받는다.
그동안 북한의 각종 시험발사에는 '불안정한 행위의 즉각 중단'을 먼저 언급한 뒤 '대화에 열려있다' 순으로,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외교의 문은 닫혀있지 않다"가 전제다.
미 시사주간지 US뉴스 앤 월드 리포트는 "이번 시험발사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유럽 순방 중인 바이든 정부를 당혹스럽게하고 위협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 abc방송은 "무력과시란 어두운 시기의 완전한 귀환"이라고 평가했다. 방송은 "전문가들은 이번 시험발사된 미사일이 미국 본토 전체 타격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러-우크라 전쟁과 이란 핵 프로그램 협상 등 다방면에서 위기를 맞이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또 다른 외교정책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CNN "美 미사일 방어체계 작동 보장 못 해"
미국의 북한 감시 매체 '38노스'는 시험발사된 '화성-17형'의 '스펙'에 주목했다.
매체가 지난 2020년과 2021년 10월에 공개된 '화성-16형'과 이번에 시험발사된 '화성-17형' 이미지를 비교 분석한 전문가들의 진단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지름은 2.4~2.5m, 무게는 핵 탄두까지 탑재까지 고려해 80~110톤(t)에 달한다.
'화성-17형'이 수송차량에 탑재돼 운용가능하다면 "세계 최대 이동형 ICBM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엄청난 크기만 놓고 봤을 때 아마도 다량의 핵탄두를 목표지점 상공에서 분리발사, 미사일 방어를 뚫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2월 말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시험했다고 주장한 위성기술도 하나의 미사일이 서로 다른 목표물에 핵탄두를 다량 투하할 수 있는 기술을 시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어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 운용을 목표로 둔다는 설명이다.
다른 탄도미사일과 달리 북한의 ICBM은 초고도에서 날고, 속도가 빨라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요격이 어렵다. 유일하게 ICBM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은 '지상 기반 미드코스 방어'(GMD)이지만 이마저도 실전에서 사용된 경우가 없다.
미 매사추세츠기술연구소의 로라 그레고 핵안보 연구원은 "1999년부터 이 시스템을 시험한 것은 19번 뿐이다. 그마저도 절반만 성공했고, 실질적인 ICBM 위협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프레더릭 K. 램 일리노이주립대 교수도 "북한이 ICBM을 미국 본토에 발사한다면 이를 요격해 수많은 미국인을 보호할 방공 시스템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제임스 D. 웰스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미국이 실질적인 위협에도 대응 가능한 수준의 ICBM 방어 체계 구축까지 최소 15년은 더 걸린다"고 예측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 후 퇴장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2.03.24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전문가들 "북한 문제 소홀히 한 대가"
여러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집중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한다.
미 싱크탱크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일어날 필요가 없는 사건이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외교정책 우선 순위로 뒀다면 최소한 어느 정도 협상 진전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도가 "바이든 행정부를 곤란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날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정책을 차용한 것같다"면서 "그동안 김정은 정권은 세계를 위협하기 위해 더 많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고, 이 기술을 이란과 다른 나라에 팔려고 한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북한이 더 크고 발전된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부추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김두연 부선임연구원도 북한의 신형 ICBM 시험발사는 시간문제였다고 말한다. 마침 러-우크라 사태가 세계의 조명을 받을 때를 잘 활용한 것이라며 "(북한은)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낀 것 같다. 앞으로도 여러 무기 시험이 예정되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셉 윤 미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의 ICBM 앞에 군사적 해결책이란 없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북정책 '플레이북'(playbook·각본)의 일부분을 인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바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면이다.
윤 전 대표는 "북한 문제에 집중하지 않은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실수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수록 북한의 무력 도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