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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크라 침공 교훈-한국軍 사이버전 대비하자

기사등록 : 2022-03-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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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립 예비역 해병대 준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사이버공격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언론에서 보도되었다. 러시아는 이전에 조지아나 크림반도 침공 시에도 대대적인 사이버공격으로 주요기관이나 전산망을 먼저 무력화시키고, 사회혼란을 유발하여 상대국의 대응능력을 약화시켰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은, 차후 전쟁은 하이브리드전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하이브리드전은 국방과학기술용어 사전에 "다양한 유형이 혼재된 전쟁의 형태이며, 군사력과 기술력, 정치력, 경제력을 총망라한 개념으로 재래전, 비정규전, 사이버전, 전자전 및 미디어전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전쟁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사이버전, 전자전, 미디어전은 통신수단을 이용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상대국의 기간망이나 전력망 등 물리적인 시스템에 대한 공격을 주로 의미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분야는 "사이버심리전"이다.

북한은 이미 전문해커를 양성하여 세계적인 사이버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차례 사이버공격을 시도한바 있다. 사이버심리전은 물리적인 시스템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판단을 흐리게 한다. 물속의 개구리가 물 온도를 서서히 높이면 죽는줄도 모르게 죽듯이 사이버심리전은 집단의 이성을 서서히 마비시킨다. 또한 단기간에 거짓정보를 퍼뜨려 지휘체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국방부는 군 복무중 자기계발 및 외부와 소통으로 단절감 해소를 위해 병사들에 대하여 일과시간 이후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였다. 또한 모 전방사단의 신병훈련소에서도 훈련병 대상 휴대폰사용 시범사업을 하였고, 추가적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한다고 한다. 휴대폰 사용의 긍정적인 면은 아마도 외부와의 소통으로 집단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전우들간에 관심저하로 내부갈등 요인이 적어 병력관리에 유리한 점일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부 군사정보의 외부노출, 일과시간 이후 전우들과의 대화나 운동 등 전우애를 함양하는 기회는 줄어들어, 전투형군대의 기본인 전우애 중심의 단결력은 약화될 것이다.

또한 북한과 대치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부정적인 면이 훨씬 많다. 만약에 북한이 아군의 모든 군인들 휴대폰에 점진적으로 혹은 유사시에 일시적으로 거짓정보나 불안을 조성하는 사이버심리전을 감행하면 치명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물론 그때는 휴대폰을 통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단기간에 전개되는 사이버심리전에 대응하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뿐만아니라 휴대폰은 기본적으로 GPS기능이 있어 평시부터 일정한 부대 위치의 휴대폰 숫자가 파악되면 그 부대의 규모가 적에게 노출될 수 있다.

사이버전문가인 임종인 고려대 교수는 "과거엔 확성기나 소위 '삐라(전단)'를 통해 심리전을 했다면, 이제는 SNS나 방송국 해킹 등을 통해 시민들을 분열시켜 저항 의지를 꺾는다, 전투를 수행해야할 장병들이 사이버심리전으로 전투의지가 약화된다면 어찌하겠는가? 라고 질문을 하였다.

비단 장병뿐만 아니라 군 간부들의 휴대폰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일과시간이나 훈련장에서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휴대폰 사용 시 왜 간부들은 사용하느냐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통화내용이 과연 업무적인 내용인지 개인적인 내용인지도 알 수 없다. 정책부서가 아닌 병사들을 지휘하는 야전부대의 군 간부들에게도 휴대폰 사용에 일정한 지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군 부대 내에는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장병들의 자기계발 및 외부와 소통을 위한 수단들이 존재한다. 단지 조금은 자유롭지 못하고 사용시간이 제한되어 있을 뿐이다. 이는 운용방법을 개선하면 된다. 이미 국방부는 군 복무 중 자기계발을 위하여 사이버정보지식방(PC방)을 중대단위로 운영하고 있으며 외부와의 소통을 위하여 영상통화 및 문자 송수신 기능이 있는 단말기를 숙영지 단위별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군대 내 휴대폰 전면 사용중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현재까지 1만7천여명이 동의하였다. 청원 작성자는 군대 내 휴대전화 허용이 긍정적 부분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측면들을 살펴보았을 때, 우리의 안보현실을 감안하여 병력관리 측면보다 전투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가정한 정책을 입안해야 할 것이다. 군 복무중 휴대폰 사용이 평시 병력관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정책이라 할지라도, 위기 고조시나 전시에는 사이버심리전 무기로 역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투형군대보다 관리형군대에 가까운 정책일 것이다.

차기 정권은 힘에의한 평화, 강한 국방력을 추구한다. 부대내에 전투형군대 육성과 관련이 적은 관리형 정책들은 과감히 제거해야 할 것이다.

정진립 해병대 예비역 준장 약력= 경상남도 함안군 출신으로 해사 38기로 임관, 해병대 1사단 포병연대장, 국방부교육정책관실 교육정책과장, 해병대 2사단 부사단장, 해병대사 전력기획실장 등을 역임했다. 고려대 컴퓨터공학박사로 예편이후 금오공대교수를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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