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우리 군이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에서 북한이 지난 24일 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 신형 '화성-17형'이 아니라 기존 '화성-15형'이라고 보고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박정환 합참 차장이 출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북한 ICBM 발사 관련 보고에서 우리 군은 당시 비행특성과 그림자, 기상, 기술적 요소, 한·미 평가 일치 등 5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방부와 우리 군의 '화성-15형' 판단 근거에 대해 적지 않은 의문을 제기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3일 새로 개발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명령을 내린데 이어 24일 '화성-17형' 발사 모든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
◆"적 위협 관련 데이터는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우리 군이 핵심 근거로 제시한 비행특성과 관련해 화성-15형과 비행특성이 같다면 뭐가 같은지 구체적인 데이터를 내놔야지 국민들이 수긍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한 위협에 대한 공개가 무슨 기밀도 아니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해군 출신 한 군사전문가는 "지금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 정도면 북한 ICBM 발사를 어느 정도 다 잡아낼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우리 군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분석과 함께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군이 내놓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그림자와 관련된 근거에 대해 과거 사례를 보면 당일 돌발 변수 등을 고려해 김 위원장 관련 사진이나 영상들은 미리 찍어 놓거나 포토샵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ICBM를 쏘기 하루 전날인 23일 김 위원장이 직접 '화성-17형' 신형 ICBM을 쏘라는 친필 명령서까지 하달했다고 보도했는데, 그렇게까지 북한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 대북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하루 전날 친필 명령서에 '화성-17형'이라고 쓰고 내일 쏘라고 했는데, 그럼 그것도 가짜고 거짓말이 된다"면서 "최고 존엄인 김 위원장의 리더십까지 훼손될 수 있는 상황인데 거짓 선전에 동원하고 참여했다는 것인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3월 25일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 |
◆"평양 파편비 내렸는데 그때 영상은 사용할 수 없어"
우리 군이 근거로 제시한 기상과 관련해 한 대북전문가는 "지난 16일 화성-17형이 폭발해 당시 평양 상공에 파편비가 내렸으면 그때 영상은 사용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공개한 동영상에도 구름이 제법 보이는데 국방부 보고 자료에서 '청명한 하늘' 운운하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전문가는 "북한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화성-17형이 올라갈 때 하늘 색깔은 청명한 하늘의 색깔이 아니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날씨가 매우 맑았던 지난 16일 화성-17형이 폭발하기 전의 동영상을 가져다 썼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에도 화성-17형을 쐈고 그 사진과 동영상까지 북한이 가져다 쓴 것이라는 분석에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기술적 요소와 관련해 북한 미사일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화성-17형 엔진을 달아서 쏘아 올릴 텐데 만약 성공한다면 실패한 엔진을 달아서 쏘아 올리는 것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평가가 일치했다는 것과 관련해 군사전문가들은 "적 위협을 평가하고 분석할 때 핵심은 가장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절대로 과소 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적 위협 분석 단계부터 우리한테 필요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무기체계와 전력획득은 고도의 첨단 기술이고 엄청난 사업이기 때문에 단시간 안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