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신세계 L&B(신세계엘앤비)가 신규 발포주 '레츠 프레시 투데이(레츠)'를 선보이며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와 오비맥주의 '필굿'의 양강구도였던 발포주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신세계엘앤비는 레츠를 앞세워 주점, 음식점 등 유흥시장에도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맥주인 카스와 테라를 '레츠'의 경쟁상대로 지목한 것이다. 다만 신세계엘앤비의 유흥 채널 영업망이 아직 미약한데다 필라이트, 필굿 대비 가격도 200원 가량 비싼 레츠가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와인 성장 힘입어 발포주 '레츠'로 맥주시장 공략
3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엘앤비는 내달 1일부터 이마트24 등 4대 편의점과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에 신제품 발포주 '레츠'를 선보인다. 신세계엘앤비가 처음 선보이는 발포주 레츠는 스페인 유명 맥주 양조장 폰트살렘과 협업해 만든 라거 스타일의 제품이다. 제품은 스페인 현지에서 협업 레시피로 생산하고 신세계엘앤비가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와인 수입 유통에 집중했다면 이번 발포주 레츠를 기반으로 맥주 사업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엘앤비는 와인 사업으로 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입은 바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999억원으로 2020년 대비 34%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당가순이익은 155억으로 전년 78억 대비 98% 성장했다. 와인 성장세에 힘입어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모양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2.03.30 romeok@newspim.com |
발포주는 맥류(맥아) 함량 10% 미만인 술로 주세법 상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종량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맥주 대비 2배가량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맛은 맥주와 바슷하지만 가격은 저렴한 '가성비 술'로 꼽히는 이유다.
국내 발포주 시장은 2017년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를 내놓으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2년 뒤인 2019년 오비맥주가 '필굿'을 선보이면서 경쟁체제가 구축됐다. 여기에 신세계엘앤비가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발포주 시장 규모는 연간 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4조원 규모 맥주 시장의 7.5% 수준에 그치는 규모지만 연 평균 21~24% 가량의 성장세를 보이는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같은 추세는 최근 더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1~3월 기준 2000원 이하 발포주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40%가량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국내 수입 맥주 매출은 2019년 대비 20%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엘앤비는 지난해 7월 발포주 개발에 착수, 레츠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필라이트와 필굿의 양강구도였던 발포주 시장에 레츠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더 늘어난 셈이다. 특히 이달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카스, 테라 등 주요 맥주 가격을 나란히 7.7% 인상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진 만큼 비교적 저렴한 가성비 발포주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성비·품질 앞세워 유흥시장도 도전...테라·카스 상대될까
신세계엘앤비는 주점, 음식점 등 유흥시장에도 도전한다. 내달 둘째 주부터 주점, 음식점, 프랜차이즈 매장 등으로 '레츠' 유통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같은 발포주인 필라이트, 필굿 뿐만 아니라 테라와 카스까지 '레츠'의 경쟁상대로 지목한 것이다.
신세계엘앤비는 높은 보리 함량과 가성비를 레츠의 특성으로 내세웠다. 레츠의 전체 보리(보리+보리 맥아) 함량은 물을 제외한 원료 내 비율 환산 시 99%로 국내에서 생산·유통되는 국산 맥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반 맥주와 유사한 맛을 내는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우창균 신세계L&B 대표이사(왼쪽)가 '레츠' 광고 모델 배우 박정민(오른쪽)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세계L&B |
레츠의 500ml 캔 기준 편의점 판매 가격은 1800원으로 책정했다. 같은 용량의 발포주 필라이트, 필굿(1600원) 대비 12.5%(200원)나 높은 가격이다. 신세계엘앤비 측은 약 2500원 수준의 국산 맥주보다는 가격이 낮다며 '일반 맥주 수준의 맛에 가격은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기환 신세계L&B 영업담당 상무는 "레츠는 퀄리티를 높인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만으로 단순히 타 제품과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피력했다.
올해 레츠의 매출 예상치는 100억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 전체 맥주시장의 30%까지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마 상무는 "유흥채널은 우선 캔 제품을 중심으로 지역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며 "시작은 미약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전체 맥주 시장 점유율의 30% 이상 가져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레츠가 목표만큼의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신세계엘앤비는 기존 와인사업으로 가정시장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지만 유흥시장 영업망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트, 편의점 등 가정시장 소비자들이 같은 발포주인 필라이트, 필굿 대비 가격이 높은 레츠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흥시장의 경우 점유율 1%를 올리기 위해 상당한 마케팅 비용과 노력이 소요된다"며 "주종에 따른 영업방식의 차이도 크기 때문에 기존 맥주 영업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도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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