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중소벤처기업부를 해체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통신부로 기능을 이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중소기업청에서 중기부로 격상된 지 5년 만에 중기부가 해체되면서 중소기업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중기·소상공인 정책 산업부…벤처·스타트업 과기부 이관 가능성
30일 인수위·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인수위가 내달 초 차기 정부 조직개편 초안을 내놓는다. 이 가운데 21년만에 문재인 정부에서 차관급 청에서 장관급 부처로 승격한 중기부의 개편에 관심이 쏠린다.
중기부는 그동안 산업부와 과기부 등 각 부처 간 정책들이 겹치거나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와 해체에 대한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2021.01.24 jsh@newspim.com |
현재 중기부 주요 정책은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 ▲소상공인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여기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은 산업부로, 벤처·스타트업 정책은 과기부로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산업부는 지난 24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기업성장을 촉진하는 혁신생태계 구축 전략'으로서 지속되는 경제의 저성장 구조를 극복하고 기업 성장이 활성화 되는 중소→중견→대기업의 성장사다리 복원을 언급했다.
산업부는 산업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중소기업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성장을 언급한 것은 의아할 수 밖에 없다.
벤처·스타트업 정책은 과기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가 과학기술 분야 위상 강화를 검토하는 가운데 기술 창업 등을 부각시키기 위해 중기부의 벤처·스타트업 정책을 포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수위 인선을 살펴봐도 과학기술교육분과 전문위원으로 김윤정 창업진흥원 선임부장을 발탁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창진원은 중기부 산하 창업지원 전담기관이다. 중기부 산하기관 인사가 산업·일자리 등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가 아닌 과학기술교육분과에 합류한 것은 중기부와 과기부 일원화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업계 "대기업 중심 정책 추진 우려"…중기부 노조 "중소기업 대변하는 부처 필요"
중기부 해체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장관급 부처로 격상돼 추진해오던 중소기업 정책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기부가 해체되고 산업부로 일원화될 경우 중소기업 정책보다는 대기업 위주의 정책에 무게 중심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며 "중소기업 정책을 부처차원에서 추진하던 것 만큼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라며 "현재도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해 늑장 지원이다 뭐다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데 제대로 처리가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3.22 photo@newspim.com |
중기부 공무원 노조도 조직개편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중소기업 보호 등 중요 정책이 산재해 있는데 통폐합하거나 조직이 이전되면 정책 공백과 인력 문제 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기부 공무원노동조합은 28일 성명서를 통해 "불과 5년만에 중기부 기능을 쪼개 과기부·산업부에 이관하고 조직 통폐합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며 국가가 중소기업에 대한 헌법적 의무를 다하는 역사적 흐름과 반하는 이야기이자 중기청이 출범한 1996년 이전으로의 회귀"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과제 선정과 정부조직 개편을 앞두고 그동안의 노력은 퇴색되고 전 정부 지우기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앞서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 조직의 효율성을 취하려다 정작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해야하는 국가의 책무가 훼손될까 심히 염려된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불평등한 경제구조에서 중소기업을 육성·보호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부처가 독립적인 정책과 입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fedor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