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민 기자 = 구현모 KT 대표가 31일 개최한 KT 주주총회에서 지주형 회사 전환을 검토한다고 밝히며 그동안 설로만 돌던 KT 지주사 전환 이야기가 구체화 됐다.
구 대표의 이번 발언으로 이날 KT 주가는 전날보다 3.78% 오른 3만5700원에 장을 마감하며, KT 지주형 회사 전환 검토 사실에 주가는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 주가는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해 지난 3개월 간 약 18% 올랐다.
◆'지주사' 아닌 '지주형' 단어 선택, 왜?전문가들은 KT가 지주형 회사로 돌아설 경우, 사업 구조조정이나 신사업 육성 측면에서 효율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내년 구현모 대표의 연임 여부 및 직원들의 내부 반발 등이 지주형 회사 전환에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총에서 구현모 대표는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분명히 관심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업계에선 구 대표가 '지주사'가 아닌 '지주형'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KT가 지분을 보유한 BC카드가 케이뱅크 주식을 보유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고 있다. 현재 KT는 BC카드 지분 70%를 가지고 있고, BC카드는 케이뱅크 지분 34%를 보유하고 있다.
현행법상 지주사는 금융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현재 규제 상으론 금융 자회사를 일반 순수 지주사가 가지고 있을 경우, 별도의 금융지주회사를 둬야 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파트장은 "KT가 통신이 메인인 회사라고 보면, 통신이 메인이 아닌 회사로 아예 바꿔버리고, 나머지 통신이나 미디어 등 회사들은 그 밑에 물적분할해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안되는 것이랑 같다"고 설명했다.
◆지주형 회사 전환은 왜?
구현모 KT 대표. [사진=김민지 기자] |
KT의 지주형 회사 전환으로 기대되는 점은 사업 구조조정과 신사업 육성이다.
2002년 국영기업에서 민영화 된 KT는 지난 20년 간 방만 경영 문제가 고질적으로 이어져왔다. 황창규 KT 전 회장 시절 8500명에 육박하는 구조조정을 했지만, 그 이후에도 사업부와 조직·인력의 효율적 관리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KT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영화 된 기업들의 공통점이다.
KT와 비슷한 시기인 2000년대 초 민영화된 포스코도 최근 철강회사에서 탈피해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출범하고, 아래 철강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에너지 등 자회사를 두는 지주회사 진영을 갖췄다.
KT의 경우 구현모 사장이 2020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디지털플랫폼기업(Disico·디지코) 전환을 선포하며 기존에 하고 있는 통신 사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통신 산업이 정체기를 맞이한 현 시점에 통신업계는 통신사업 이외에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고, KT는 그 방향을 AI,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다음달 1일부로 KT에서 분사하는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부 역시 신사업을 키워나가고자 하는 KT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KT의 한 내부 관계자는 "클라우드 부문 분사도 KT의 지주사 전환 계획 일부라고 보고 있다"면서 "KT를 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황창규 대표 시절부터 계획하고 있었고, 이제 그것을 진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내년 3월 구현모 연임·내부직원 발발 등 변수
31일 KT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03.31 catchmin@newspim.com |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구현모 사장의 내년 대표 연임 여부와 내부 직원들의 반발 등이다.
주인 없는 회사인 KT의 특성상 지금 당장 구 대표의 지주형 회사 전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구현모 대표가 내년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 새 수장이 온다면 KT 지주형 회사 전환 이야기는 다시 원점에서 검토될 수 있다.
김홍식 파트장은 "구현모 대표가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아마도 2023년에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또한 지주형 회사 전환으로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경우, 방대한 KT 조직의 슬림화가 불가피해 직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직원들이 반발할 수 있다. IDC·클라우드 사업부의 분사 사례만 봐도 분사 대상이 되는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구현모 대표가 주총장에서 발언한 것 외에 구체화된 부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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