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핌] 문미선 기자 = 올해로 74주년을 맞은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이번 추념식은 희생자 명예 회복을 원하는 도민의 염원이 역사의 숨결로 되새겨지길 바라는 의미를 담아 '4·3의 숨비소리, 역사의 숨결로'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다"면서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2022.04.03 mmspress@newspim.com |
이날 행사에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박범계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 주요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역대 대통령 당선인으로는 처음으로 추념식에 참석했다.
행사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라 4·3 생존희생자 및 유족 관계자 190여 명, 정부 및 정당 관계자 등 총 299명이 참석한 가운데 생존희생자 및 유족 중심으로 거행됐다.
추념식은 오전 9시부터 종교의례 및 '밴드 둘다'의 공연으로 진행된 식전행사에 이어 오전 10시 정각 4·3영령을 추념하기 위해 1분간 제주도 전역에 울린 묵념 사이렌을 시작으로 개시됐다.
추념식 사회는 배우 정태우 씨와 KBS 제주방송총국 박아름 아나운서가 맡았다. 배우 정태우 씨는 외조부가 4·3유족으로 외조부의 부친, 모친, 형이 4·3희생자다.
추념식 첫 순서는 4·3을 노래한 김진숙 시인의 '사월, 광장으로'를 배우 문희경 씨가 낭송하며 오프닝 영상이 상영됐다.
헌화와 분향에는 제주 출신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김윤희 씨가 바흐의 '아다지오'를 연주해 경건함을 더했다
이어서 유족 사연으로 조부, 부친, 동생이 희생자로 결정된 1세대 유족 강춘희(1945년생) 할머니의 사연을 배우 박정자 씨의 독백으로 74년간의 아픔과 치유, 해결의 노력을 전했다.
추모공연에는 미얀마 소녀 완이화 씨(2007년생)와 도란도란 합창단(6명)이 '애기동백꽃의 노래'를 합창했으며, 이어 제주 출신 가수 양지은 씨가 '상사화'를 불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2022.04.03 mmspress@newspim.com |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국가 폭력에 빼앗긴 삶과 세월에 충분한 위로가 될 때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냉전과 민족 분단의 혼란 속에서 제주도민 3만여 명이 무자비한 국가 폭력에 목숨을 잃었다"며 "그러나 역사의 진실과 정의를 바라는 끈질긴 외침을 통해서 제주 4·3은 가쁜 숨비 소리를 내며 마침내 역사의 10년에서 그 본모습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0년 4·3 특별법이 제정되고 기나긴 세월을 오명을 쓴 채 살아야 했던 1만 4577명의 희생자분들과 8만 4506분의 유족들께서 마침내 명예를 되찾게 됐다"면서 "오는 12일부터는 개정된 4·3 특별법에 따라서 보상금 지급이 가능해진다. 이 보상을 통해서 희생자의 명예가 회복되고 유가족의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는 4·3이 남긴 그 처절한 아픔을 딛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해와 상생을 일궈냈다"면서 "우리 공동체가 반드시 기억하고 간직해야 할 민족사의 유산이며, (4·3에 담긴)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우리 국민과 세계인의 가슴 속에 영원한 울림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분향하고 있다.[사진=제주특별자치도] 2022.04.03 mmspress@newspim.com |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추념사에서 윤 당선인은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흔을 돌보는 것은 4·3을 기억하는 바로 우리의 책임이며 화회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몫이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우리는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희생자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위로했다.
이어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과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을 국가가 책임있게 어루만질 것"이라며 "이는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과거는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비극에서 평화로 나아간 4・3 역사의 힘이다"며 "제주 4·3 평화공원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널리 퍼져나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4·3특별법 전부 및 일부개정으로 4·3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과 실질적 피해보상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오는 6월부터 4·3희생자 보상금 신청·접수가 시작될 예정이다.
또한 지난해 4·3특별법 전부개정에 따른 첫 특별재심(33명) 및 직권재심 공판(40명)에서 행방불명 희생자들에 대한 무죄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향후 무죄선고를 통한 명예회복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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