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소비자물가가 10년 만에 4%를 넘어서자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응으로 이번 달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민생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고,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가속화까지 겹치며 금리인상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사상 첫 '한은 총재 공석' 사태가 발생하면서 인상이 5월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줄곧 제로(0)금리를 유지하던 한은은 지난해 8월을 시작으로 11월, 올해 1월까지 금리인상을 단행해 현재 연 1.25%까지 올렸다. 시장에선 올해 3차례 추가로 인상해 연말 2%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내외 경제 상황을 보면 이같은 시장의 기대는 무리가 아니다. 지난달 통계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상반기의 경우 부득이하게 한은의 예상(3.1%)보다 높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오는 5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예고하는 등 긴축 강도가 강할 것이란 전망도 한은 금리인상에 힘을 싣는다. 시장의 국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해 상승하고 있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6일 연 2.94%로 마감하며 8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한국은행) |
하지만 총재 공석이 이달 기준금리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19일 열 계획이다. 따라서 다음주 열리는 금통위 회의는 총재 없이 주상영 금통위원이 주재한다.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하게 된 1998년 이후 총재가 금통위 본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 위원은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그간 금리인상 때도 '동결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만약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6인 중 3인이 인상, 2인이 동결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인 주 위원이 동결에 힘을 싣는다면 금리인상은 부결될 수 있다.
한은 측은 "금통위는 합의제 의결기구라 총재 부재에도 통화정책 결정에는 차질 없다"고 했지만, 금통위원들이 총재가 없는 상황에서 인상을 결정할 경우 서민들의 이자 부담과 오는 6월 지방선거 영향 등 인상에 따른 책임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4.01 photo@newspim.com |
전문가들은 이달 금리를 동결하고 총재 취임 후인 5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 후보자도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소프트랜딩(연착륙)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취임 직후 지체없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글로벌연구실 연구위원은 "3월 소비자물가가 급등했지만 4월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신정부 출범 등 대내외 여건 변화가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5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총재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점과 한은의 (미국에 앞선) 선제 금리 인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높은 물가 흐름이 나타남에도 4월보다는 5월에 수정경제전망 발표와 함께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5월과 8월, 11월에 각 한 차례씩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며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1.75%에서 2%로 상향했다.
반면 4월 만장일치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이 후보자가 취임하고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5월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지만, 4월 인상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만장일치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3차례 금리 인상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주상영 위원이 의장 역할을 대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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