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것, '직주근접(職住近接)'은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이다. 회사 건물을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옮겨오는 것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해 본 상상이다. 이런 상상을 SK텔레콤이 현실로 만들었다. 바로 거점오피스 '스피어(Sphere)'를 통해서다.
12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SK텔레콤 거점오피스 '스피어 신도림' 내부 전경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04.12 catchmin@newspim.com |
"출근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사당역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데 가까운 신도림에 거점 오피스가 생겼다는 소식에 관심이 생겨 방문했다. 출입 방식과 업무 분위기가 좋아 집중하기 알맞은 환경이다".
12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스피어 신도림으로 출근한 SK텔레콤의 한 직원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스피어에 대한 평가가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SK텔레콤은 서울 신도림, 일산, 분당 등 세 곳에 거점형 업무공간 스피어를 마련해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 사무실이 갖는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하고 공간과 공간,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경계 없이 일할 수 있는 업무공간을 지향한다는 게 SK텔레콤 측 설명이다.
이날 오전 11시경 방문한 스피어 신도림에 입장하자마자 고층 건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 탁 트인 전망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곳곳에 배치한 식물들도 눈에 띄었다.
12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신도림 스피어에서 SK텔레콤 직원이 스피어 신도림에서 얼굴 인식 입장을 시연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04.12 catchmin@newspim.com |
스피어 입장을 위해서는 얼굴 인식을 통해 구성원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얼굴을 비추고 일정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얼굴 인식 시스템과 달리 스피어에서 제공하는 '누구 페이스캔(NUGU facecan)'을 이용하면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걸으면서 0.2초 만에 본인 확인을 할 수 있다.
스피어 홀에서는 큰 영상 송출 벽(미디어 월)을 통해 신도림과 일산, 분당의 스피어 내부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미디어 월과 카메라를 설치한 해당 공간은 '스피어 비전'이라고 부르며, 스피어 비전에서는 중간중간 날씨와 같은 정보들도 제공된다.
12일 신도림 스피어에서 SK텔레콤 직원들이 오큘러스 퀘스트를 이용해 비대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04.12 catchmin@newspim.com |
버추얼 워크스페이스에서는 타지역 스피어 사람들과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HMD)오큘러스 퀘스트를 사용해 캐릭터를 내세워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분당 스피어에서 회의에 참여한 한 직원이 신도림 스피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기자들을 보고 쉼없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곳곳에서 '회사 같지 않다'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ifland)' HMD 버전을 활용해 가상공간 미팅을 할 수도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사내에서 모든 회의를 가상 공간에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비대면으로 회의 등 업무를 진행하면서 구성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체험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앱을 통해 좌석을 예약하면 원하는 좌석에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앱에 사용하는 얼굴 인증 정보는 SNS로 사전에 등록하면 3곳의 거점오피스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앱에는 실시간으로 SK텔레콤 구성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장소가 표시된다.
12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SK텔레콤 스피어 신도림 내 아일랜드형 좌석. [서울=뉴스핌] 이지민 기자 = 2022.04.12 catchmin@newspim.com |
실제 업무 공간에 들어서자 큰 테이블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여러 명의 직원들이 모여 빅 테이블이라고 불리는 해당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다. 또한 좌석마다 케이블을 하나씩 비치해 직원들이 별도로 충전기 등을 챙기지 않고 개인 노트북만 챙겨 출근해도 업무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다.
인기가 많다는 창가석은 모션 데스크로 책상의 높낮이를 조정할 수 있었다. 정오가 채 되지 않은 오전 시간임에도 창가석은 자리를 맡은 직원들의 짐으로 가득 차 있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오전 7시에 좌석 예약이 오픈되면 가장 먼저 차는 좌석이 창가석"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기 좌석은 아일랜드형 좌석이다. 섬처럼 하나씩 떨어졌다는 의미를 지니는 아일랜드형 좌석은 비대면 회의와 통화가 잦은 직장인들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좌석 간 거리를 두고 파티션을 불투명하게 설치해 시야와 소음을 차단했다. 실제로 많은 직원들이 아일랜드형 좌석에서 통화를 하는 등 편하게 개인 업무를 진행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인 노트북을 지참하지 못한 직원들은 '마이데스크(my desk)'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마이데스크는 얼굴 인증만 하면 평소 본인이 사용하는 PC 환경에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온라인 환경에서 생체 인식 기반 본인 확인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보안에도 문제가 없다.
거점오피스를 점차 확대하면서 늘어날 본사 유휴 공간 사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본사로 출근하던 직원들이 거점오피스로 출근하게 되면 사실상 본사 건물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서다.
이에 대한 질문에 SK텔레콤 관계자는 "거점오피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라면 본사는 조직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본사를 가꿔나갈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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