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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산업계]⑤ "원가, 더 버티기 어렵다"...반도체·가전도 '휘청'

기사등록 : 2022-04-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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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 지난해比 260.9% 폭등 '빨간불'
삼성·LG전자, TV 가격 각각 20% 이상↑

[편집자] 원유에서부터 철강, 비금속, 농산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영향까지 겹쳐서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회복 기대에 차 있던 글로벌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불똥이 튀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공급망 위기감이 고조되는 국내 산업계의 현황을 살피고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본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내 수출품목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오고 있는 반도체와 가전도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도체는 현재 확보해놓은 원자재 물량이 있어 당분간 버틸 수는 있으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가전은 이미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기업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 반도체 원자재 '260%' 폭등

산업연구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공개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주요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주요 수출업종인 반도체는 생산비용 증가폭이 기본 시나리오에선 0.27%, 비관 시나리오에서도 0.74%으로 추산됐다.

일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사전에 확보해놓은 덕분에 큰 피해는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로 사용되는 원자재 가격이 폭발적으로 급등하고 있어 사태가 길어질수록 반도체 업종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주요 원자재 공급망 구조 분석 및 가격 상승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네온과 크립톤은 대부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고 있고 공급도 제한적이이다. 특히 한국의 수입 의존도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네온 가스는 반도체 DUV 노광 기술에 주로 이용되는데, 메모리의 경우 낸드플래시는 100% DUV 노광 기술이 사용된다. D램도 90% 이상이 DUV를 사용하고 있다.

공급 불안 요인으로 지난 1~2월 한국의 네온과 크립톤 수입 단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60.9%와 105.1% 급등했다. 같은 기간 크립톤과 제논의 톤당 가격도 지난해 2월 대비 각각 1.8배, 2.6배 올랐다. 특히 크립톤 역시 네온처럼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부도 네온, 제논, 크립톤에 0%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기존 5.5% 세율이 아닌 0% 세율을 적용해 기업들의 원자재 가격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재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어느 국가 또는 기업이든 워낙 구하기 어렵다보니 웃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지금같은 속도로 원자재값 상승이 계속된다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수익성 악화, 장기적으로는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가전 분야 '직격탄'...수익성 악화 우려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가전제품의 가격도 함께 오르는 모습이다. 이 경우, 가전제품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이 회사의 지난해 평균 TV 판매 가격은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지난해 LG전자의 평균 TV 판매가격도 전년보다 26.4% 상승했고, 냉장고·세탁기 판매가격도 7.2% 올랐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급 라인업을 대거 내놓은 영향도 있지만, 제품의 원재료인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이 전년 대비 40% 안팎으로 상승한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디스플레이 주요 원재료인 전기아연도금강판(EGI)과 폴리메틸 메타크릴레이트(PMMA)의 지난해 평균 가격은 한 해 동안 각각 62.2%, 15.2% 올랐다. 올해 1분기에도 각각 중국 생산 감산과 국제 유가 급등 등 영향으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입 컨테이너 [사진=블룸버그]

이 때문에 올해 TV 출하량도 당초 시장 예상보다 더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속속 나오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TV 출하량 전망을 기존 2억1700만대에서 2억15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노트북은 역시 2억3800만대 출하량이 예상됐으나 현재 2억2500만대로 조정됐다. 이는 전년 대비 8.5% 감소한 수치다.

냉장고나 세탁기 등 대형 생활가전 제품들도 타격을 받았다. 주요 원자재인 구리, 플라스틱, 철판 등이 전녀과 비교해 15.1~21.9%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대형 생활가전 제품들은 해상 물류를 주로 이용하는데, 원자재값 상승에 더해 물류난까지 겹치면서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약 3년전 65인치 TV의 국제 운송비는 9달러 안팎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50달러, 많게는 100달러로 치솟았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전업계도 활로 모색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제조업체 입장에선 원가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고 결국 제품 가격 상승 압력도 견디기 어려운 수준으로 가고 있다"며 "원자재값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추가적인 공급선 등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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