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정권 교체기에 맞춰 등장한 '검찰개혁' 논쟁에 국민이 설자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직을 내건 데 이어 국민과 미래를 위한 결정을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은 막을 수 없었다. 민주당은 12일 의원총회에서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4월 중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김신영 사회부 기자 |
검수완박은 정치적인 보복 수사를 막기 위한 민주당의 방탄용 법안으로 규정된지 오래다. 사회와 국민의 삶에 가져올 변화는 뒷전이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부패와 경제 등을 포함한 6대 범죄 외의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갔다. 현장에서는 그 부작용을 체감하고 있다. 수사 지연과 보완수사 미비로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된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피해는 커지는 실정이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중 3개월 내 수사가 이행된 사건은 56.5%에 그쳤다. 같은 기간 재수사가 이뤄진 사건 또한 절반에 불과했고, 재수사를 시작조차 하지 않은 사건은 23%였다.
수사권 조정으로 제도가 바뀌기 전에는 송치 후 검찰이 수사를 지휘한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3개월 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깨져버렸다.
현장에서는 수사권 조정에 이어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장애인과 아동 등 취약 계층의 범죄 피해를 변호하는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하는 형사사법체계를 검·경 파워게임으로 둔갑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며 "제가 지원하는 장애인, 아동 등 가장 취약한 상황의 피해자들은 대체 어쩌라고 이렇게 하시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수사권 조정 전에는 서민들에게 두 번째 기회가 있었으나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된 후 피해자 조사 한 번 하고 사건을 묵히다가 불송치 결정하거나 수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주장했다.
재심 사건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 또한 "변화된 제도가 형사사건에 휘말린 시민들에게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게 된 현실을 억지로 끼워 맞추면 그 피해를 누가 입게 되는가"라며 "수사권 조정 이후 큰 혼선이 민생사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은, 신념화된 여론 하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논의와 대안 없이 검찰에 기소권만 남긴다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수십년간 시행된 형사사법절차가 바뀜에 따라 벌어질 상황에 대한 정치권의 대처와 논의는 전무하다. 당장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조차 돌아보지 않고 있다.
정권교체 전까지 법안을 밀어 붙이기에 급급한 민주당의 시야에 국민과 민생은 사라진 것 같다. 검수완박이 특정 세력을 비호하기 위한 방탄 법안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려면 172석을 내세워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보다는 압도적인 의석 수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를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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